국정원과 〈조선일보〉등 보수 언론은 노무현 정부의 협상 전략을 담은 비공개 한미FTA 문서 유출을 두고 “협상 전략을 까보이는 것은 이적 행위이자 자해 행위”라며 유출자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등을 지목하는 마녀사냥에 나섰다. 국정원은 문서 유출 경위를 조사한다고 한다.
그러나 ‘비밀문서’의 내용은 기밀과는 거리가 멀다. 무역구제에서 정부는 계속 양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측은 한국 정부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고, 금융서비스 관련 부분도 금융 협상 책임자가 《나라경제》(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의 월간지)에 그대로 게재했던 내용이다.
유출된 문서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의원 이혜훈도 “공개회의 때부터 배포돼 있었기 때문에 이 문건은 대외비 문건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했다”며 정부의 주장을 반박할 정도다.
공개회의
정부와 보수 언론들이 ‘국가 기밀 유출’이라며 마녀사냥에 나선 것은 한미FTA 반대 투쟁여론을 위축시키려는 속죄양 삼기이며, 심상정 의원의 지적처럼 막판 타결을 위해 “밀실회담을 강화 … 하려는 것”이다.
설사 심상정 의원이나 다른 누가 문서를 유출했더라도, 이것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최근 ‘일심회’ 사건이나 이번 문서 유출 사건에서도 보듯이 정부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조차도 ‘국가 기밀’로 만들어 민중 운동을 탄압하는 데 쓴다.
‘일심회’ 마녀사냥 때 이런 논리가 일부 먹혀들자, 지배자들은 거듭 이 더러운 무기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일심회’ 마녀사냥 때와 마찬가지로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차단하는 것과 ‘국가 기밀’을 핑계로 한 마녀사냥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