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우당의 와해와 민주노동당의 과제:
진취적 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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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양극화와 대중 의식의 급진화로 열우당이 와해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열우당 붕괴로 생긴 정치적 공백이 저절로 민주노동당의 공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6일 미디어리서치 조사를 보면 ‘통합신당’ 지지율이 8.5퍼센트(열우당 9.7퍼센트, 민주노동당 6.3퍼센트)로 나타났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정당의 지지율임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이는 열우당 왼쪽의 공백을 메울 대안이 절실함을 보여 준다.
월간 《말》 2월호에서 고원 한국정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열우당은 이미 자력 회생의 동력을 잃어버린 듯하지만 그 공백을 사회주의[민주노동당]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라고 요약했다.
그러나 그의 결론인 ‘반한나라당 전선’은 진정한 대안이 아니다. 반열우당 전선도 구축해야 한다. 단순한 ‘반한나라당 전선’은 개혁 배신자들과 손을 잡으라는 요구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사회 진보를 추구하는 운동을 결국 마비시킬 것이다.
‘미래구상’의 대선 구상도 이 점이 여전히 모호하다. ‘미래구상’ 안에는 민주노동당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열우당 개혁파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열우당 이탈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미래구상’과의 연계를 들먹였다.
그러나 열우당 왼쪽의 대안은 노무현·열우당(또한 그 후신)에 반대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의 개혁 배신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에게 적절한 선거 대안이 될 수 있고, 한나라당도 약화시킬 수 있다.
이 점이 ‘반한나라당 전선’이나 ‘(열우당) 비판적 지지’를 주장해 온 일부 좌파민족주의자 동지들의 맹점이다. 이런 입장은 진보진영의 정치적 독립을 해치고 열우당의 배신과 우익의 득세 모두에 맞서기 힘들게 만들었다.
‘반한나라당 전선’
반면, ‘다함께’의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 제안은 한나라당과 열우당(또한 그 후신)을 분명히 반대한다. 일부 좌파민족주의자들처럼 이 제안을 ‘반한나라당 전선론’으로 오해하거나 의도적으로 그 차이를 흐리며 ‘비판적 지지론’에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 제안은 열우당에 실망했지만 한나라당도 대안이 아니라고 느끼는 대중을 사이비 개혁 세력과 열우당 아류들이 낚아채게 놔두지 말자는 제안이다.
최근 〈진보정치〉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범진보진영이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주노동당원이 66.7퍼센트에 달했다.
광범한 진보세력의 단일후보 선출은 ‘반한나라당 전선’ 류의 ‘비판적 지지’ 압력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한편, 민주노동당 안에는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를 ‘비판적 지지’의 아류쯤으로 곡해하며 진취적 시도와 모험 자체를 거부하는 동지들도 있다. 대선이라는 특정 국면에서 당의 틀만을 고집하지 않고 진보진영의 폭넓은 연대 속에서 외연을 넓히려는 진취적 시도를 거부하는 것은 당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다른 한편, 민주노동당의 다른 일부 동지들은 민주노총·전농 등 대중조직이 참여하는 ‘민중경선제’를 제안한다. 민주노동당의 외연을 더 넓혀야 한다는 취지에는 전폭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이 제안의 사고 범위는 여전히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함께’가 제안하는 것만큼 폭넓지 않다. 즉, 열우당에서 왼쪽으로 이탈했지만 민주노동당 지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광범한 대중을 포괄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민중경선제’(또는 오픈 프라이머리)의 범위는 사실상 민주노동당 스펙트럼을 벗어나지 않아 협소하다.
사실, 그 동안 민주노동당 대선기획단은 안타깝게도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 제안을 하나의 대안으로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 외향적이고 개방적인 관점에서 범진보진영의 단결을 주도한다면 훨씬 더 넓은 지지기반과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