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응재 씨의 분신 사망:
기업주의 악랄한 공격과 노조 지도부의 배신이 낳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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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택시 노동자 전응재 씨가 인천 택시회사인 우창기업 노동조합 사무실 앞에서 분신했다. 분신의 1차적 원인은 택시 노동자들의 끔찍한 노동 현실과 악독한 기업주에게 있다.
많은 택시 노동자들이 시간당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주야 맞교대라는 혹독한 노동조건에서 신음하고 있다.
특히, 우창기업은 차량에 GPS를 설치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이를 이용해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하고, 4대 사회보험법·근로기준법 위반 등 온갖 불법행위를 일삼았다.
최근에는 임금을 무려 15만 원이나 삭감했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 3명을 해고해 버렸다.
그런데 전국민주택시연맹(이하 민택) 인천본부 지도부가 이런 공격을 수용하며 배신적 합의를 한 것도 전응재 열사의 죽음에 한몫했다.
민택은 2002년 월급제를 쟁취하려고 전국적인 파업을 벌였다. 민택 인천본부 소속 작업장 27곳 전체가 파업에 돌입했고, 65일 간의 파업 끝에 사납급제를 폐지하고 월급제를 쟁취했다.
당시 민택 인천본부가 쟁취한 협약 13조 2항은 ‘가감누진형 성과급식 월급제’로, 이 제도를 적용하면 임금 인상 효과뿐 아니라 연월차 등을 유급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사측은 이 조항을 집요하게 없애려 했다. 그런데 민택 인천본부 염창만 본부장은 이에 맞서기는커녕 13조 2항이 삭제된 협약을 조합원들에게 설득시키려 했다. 그러면 15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임금이 깎이는데도 말이다.
인천본부 지도부는 결국 13조 2항을 없앤 협약을 체결하고는 12월 1일 새벽 1시에 문자메시지로 산하 노조에 협약 체결을 통보했다.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구수영 민택 위원장은 ‘13조 2항 사수’를 약속했지만 임금협상안 발효일인 2007년 1월 1일이 훨씬 지나도록 아무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수수방관
노동자들은 ‘택시월급제 사수를 위한 비상모임’을 꾸리고 조합원 총회를 조직했다. 일부 작업장에서는 만장일치로 교섭안을 거부하기도 했다.
전응재 열사가 있던 우창기업 노동자들도 조합원 총회를 요구했지만 우창분회 김익환 위원장은 총회를 계속 연기했다. 심지어 우창기업 사측이 위원장 불신임투표를 주도했던 조합원 3명을 부당 해고해도 김익환 위원장은 수수방관했다.
1월 23일 열린 총회에서도 김익환 위원장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임금협약을 체결했다”며 조합원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했다.
전응재 열사는 악독한 사측에 대한 분노와 비민주적 지도부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분신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도 민택은 열사 사망 뒤에도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분신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이번 사건은 더 큰 연대와 투쟁을 위한 산별노조와 산별협약이 때로는 오히려 현장조합원들의 자주적 투쟁을 가로막을 수도 있음을 보여 줬다.
이 점에서 최근 결성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과 운수노조의 지도부가 산하 택시본부의 행태를 분명히 비판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인천본부의 야합을 방조한 구수영 민택 위원장은 강승규 비리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새로 당선한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조합원을 중심에 세우겠다”는 약속대로 자신의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구수영 위원장과 민택의 문제점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대중 행동을 건설해 기업주들에 맞서 싸우는 것이 진정으로 열사의 뜻을 이루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