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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투쟁에 정부가 한발 물러서다

지난 15일 보건복지부가 장애인들의 활동보조인서비스 확대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대상 제한 폐지와 상한시간 확대를 약속했다.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위한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1월 24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의 대상 제한 폐지, 생활시간 보장, 자부담 원칙 폐지를 주장하며 23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비장애인에게도 힘든 23일이라는 단식 기간 동안 중증장애인 25명은 화장실 가는 것이 불편해 물 마시는 것도 참아가며 처절하게 싸웠고 13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이번 단식농성의 가장 큰 성과는 활동보조인서비스 대상 제한을 철폐시킨 것이다. 애초 보건복지부는 기초수급권자와 수입이 최저생계비 2백 퍼센트 이내인 저소득층에게만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공투단'의 목숨을 건 투쟁에 밀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가 주축이 된 공투단에게 "대상 제한"이라는 규정은 지난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독소조항이었기에 이번 승리는 매우 값진 것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권은 기초생활보장법을 시행하면서 정부 지원 대상을 기존보다 더 까다롭게 제한해 장애인들의 잇따른 자살을 부른 바 있다.

당시 장애인들은 제한된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 생계용 노점을 접어야 했고, 심지어 배우자가 파출부 일을 하거나 17세 아들이 중국집에서 일한다는 등의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이번 싸움으로 대상 제한 규정을 철폐시켜, 장애인들이 활동보조를 받기 위해 더욱 가난해져야 하는 모순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성과는 결코 23일에 걸친 단식농성과 거리 선전만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장애인들은 지난해 2월 서울시청 앞 노숙농성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집단 노숙농성을 총 2백14일 동안 진행했다. 그때마다 노무현 정부는 전경을 동원해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이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투쟁은 오히려 더욱 확대돼 현재의 성과를 쟁취한 것이다.

그러나 성과는 아직 불완전하다. '자부담 원칙'이라는 독소조항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생산적 복지'를 구실로 서비스 이용 당사자인 장애인에게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절대 다수가 실업 상태이고 빈곤층에 속하는 장애인들에게 복지 사업에 필요한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참모습이다.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에 맞서 비타협적으로 싸운 장애인들의 성과는 전체 운동이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보여 줬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