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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는 말한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여수 화재 참사 며칠 뒤인 16일 화성 이주노동자 수용소를 방문했다. 그러나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여수 참사를 가슴 아파했고,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었다.

“무서웠어요. ‘불 나면 어떡해. 무서워…’ 밤에도 이런 생각이 나요. 시스템이 잘못돼 있어요. 문을 안 열어주니까 사람들이 죽은 거예요.”

한 이주노동자는 “여기도 여수랑 똑같은 시스템이에요. 직원이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불 나면 다 죽어요”하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을 면회하는 동안 소방 훈련을 알리는 요란한 방송이 계속 나왔지만 영어와 중국어 통역만 돼서 다른 언어를 쓰는 이주노동자들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수용소 내의 괴로운 일상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 방에 19명이 딱 붙어서 자요”, “씻을 때 따뜻한 물도 잘 안 나오고 먼지 날리는 방에서 밥을 먹어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는 다른 방에 가고 싶어도 보내주지 않아요.”

24시간 방에만 갇혀 있는 이들이 유일하게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는 운동 시간은 하루 한 번이라는 규정과 달리 두 달째 중단된 상태였다.

“[화재 이후 출입국 직원들이] 잘 해 주는 건 없고 담배나 라이터가 있나 확인만 자주 해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만 더욱 강화된 것이다.

통제

그러나 여수 참사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리 소홀’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을 짐승 사냥하듯 잡아들여 감옥이나 다름없는 ‘보호소’에 가둬둔 것에서 비롯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단속·추방 정책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안 잡으면(단속을 안 하면) 사람도 안 죽어요”, “한국 올 때 천만 원까지 들어요. 천만 원 벌려면 1년 반에서 2년이 걸려요. 말이랑 일이 익숙해지면 비자가 끝나요. 쫓겨난 친구들이 마음 아파서 많이 울어요”, “비자 주고 다 풀어주면 좋겠어요. 어려운 일 아닌 거 같은데 …”

이들은 모두 안타까운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샴수(가명)는 교통사고를 당해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병원이 아닌 파출소로 끌려가 수용소에 오게 됐다. 라나는 하루 20시간의 중노동을 하고도 임금을 못 받았고, 무려 1년째 수용소에 갇혀 있다. 두 사람 다 종교적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고, 소송 비용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었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면 본국에 돌아가 박해를 받을 수 있다.

산재를 당해 엄지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아르준은 사장이 수술 비용과 퇴직금을 주지 않아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갇혀 있다. 그는 그 동안 겪은 일을 이야기하다가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내모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모두 합법화해야만 이 비참함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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