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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지옥’ 부추기는 서울시교육청과 고려대

지난 2월 22일 서울시교육청은 고등학교 간에 학력차가 있다는 자료를 발표하더니 5일 뒤 학교 선택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2010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신입생의 50~70퍼센트는 다니고 싶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고교평준화 체제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도입되는 학교 선택 제도가 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몰리는 학교와 지원이 없는 학교가 확연하게 나뉘면 고교 서열화가 분명해질 것이다. ‘일류 학교’에 들어가고자 고교 입시 부활 요구가 생길 것이고 결국 중학교까지 살인적 입시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중인 교원평가제까지 결합되면 학교 전반에서 경쟁 체제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이미 현 고교평준화 체제에서도 특목고·자립형 사립고·공영형 혁신학교·국제학교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평준화를 파괴하고 있고, 서울의 자치구별 교육경비보조금 지원 금액이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등 평준화는 계속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학생들이 별로 선택하지 않는 학교는 “자율형 사립고 등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평준화를 더 허무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우선 선발 제도

한편, 고려대는 최근 발표한 입시 요강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 ‘우선 선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008학년도부터 전체 정원의 최대 47.5퍼센트까지를 수능 점수로 뽑는 ‘우선 선발 제도’는 내신 비중을 줄여 일반 학교에 비해 특목고나 강남 지역 학교 등에 혜택을 주는 고교등급제의 변형판이다.

고려대는 우선 선발 제도가 “학생부·수능·논술 모두 잘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선발 경로를 다양화해 ‘열린 트라이앵글’을 추구하자는 취지로 도입했다”며 “수험생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대 같은 대학들이 주도해 내신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뀌자 같은 반 친구들끼리도 피말리는 경쟁을 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만들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주장은 ‘병 주고 또 병 주는’ 짓이다.

고려대가 이 같은 입시 요강을 내놓은 것은 ‘공부할 능력’이 있는 학생을 뽑는 것보다 ‘출신 성분’이 좋은 학생들을 뽑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번 입시 요강에서 미국의 대학수능시험(SAT) 성적으로 입학생을 뽑는 특별전형을 도입하고, 지역별로 선발 인원을 할당하는 지역인재 전형과 사회봉사활동 우수자 전형은 폐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대학들이 엄격하게 서열화한 나라에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나 대학의 ‘학생 선발권’은 모두 부유층에 유리한 정책일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를 많이 쓰거나 조기 유학을 갈 수 있는 학생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그럴 수 없는 대다수 학생들은 어지간한 대학 진학마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들려면 학교 선택제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입시 교육을 끝장내야 한다. 그리고 입시 교육을 없애려면 고등학교 평준화를 강화할 뿐 아니라 대학서열체제를 해체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지속적이고 커다란 대중운동과 투쟁을 필요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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