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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반대 국회의원들을 백안시해야 하는가?

한미FTA 반대 운동의 성과는 한미FTA를 찬성해 왔던 자들의 ‘전향’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예컨대 김근태나 천정배가 그렇다.

이 국회의원들은 지금 대체로 ‘한미FTA 협상 졸속 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에 속해 있다. 그리고 시국회의는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진보적 사회원로들과 협정 이해당사자들을 포함하는 ‘한미FTA 저지 국민회의’(가칭)로 확대·발전할지도 모른다.

운동의 일부는 이러한 사태 발전(주류 정치권 일부의 ‘전향’과 운동 가담)을 외연과 저변의 확대로 이해해 환영한다. 반면, 운동의 다른 일부는 이러한 “제휴”가 “어불성설”이라며 불쾌해 한다.

이런 경계와 불신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한미FTA 반대 운동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상황이 좋건 나쁘건 꿋꿋이 자리를 지켜 온 골간 지지자들의 활동 덕분이었다. 그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정부의 거짓말을 논박하고, 집회·행진에서 매번 팻말을 들고, 각종 모임을 위해 장소를 잡는 등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아 온 사람들이다.

반면, 최근 ‘전향한’ 주류 정치권 인사들은 대부분 한미FTA 반대 여론이 한껏 고조되기 직전까지 정부의 운동 탄압에 동조하거나 기껏해야 침묵했다. 따라서, “대체 지난 1년 동안 당신들은 어디서 뭘 했나? 우리가 왜 당신들을 신뢰해야 하나?” 하고 묻는 건 완전히 정당하다.

그러나 이들을 운동에서 배척하는 것은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격일 것이다.

매번 운동이 고조되고 성장할 때는 과거에 수동적이었거나 심지어 운동의 목표에 반대했던 사람들조차 새로이 운동에 가담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운동의 저변 확대를 뜻하고 따라서 흔히 기존 운동 참가자들의 사기를 높인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 국회의원이 포함돼 있는 것도 환영할 만한 발전이다. 언론의 조명을 받기 쉬운 국회의원들은 운동이 더 광범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컨대, ‘시국회의’나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이 한미FTA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벌인다면 이는 우리 운동의 목소리를 더 널리 알리는 데 유리한 통로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들은 그리 신뢰할 만한 세력이 못 된다. 따라서, 운동은 이들을 이용하되 의존하지 말고 기층의 대중 행동을 강화·유지하는 데 강조점을 둬야 한다. 무엇보다, 운동은 이들 ‘전향한 의원들’이 운동의 목표와 대의에서 벗어나는 잘못된 주장과 태도를 보일 때, 가차없이 그리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정치적 독립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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