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대신 ‘용돈’ 받으라는 더러운 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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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한나라당’의 이번 타협안은 소득의 60퍼센트를 지급하던 연금 수급액을 40퍼센트로 대폭 낮추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새로 도입하겠다는 기초연금을 합치더라도 연금 지급액이 지금보다 4분의 1이나 줄어든다.
전체 연금 가입자의 60퍼센트가 최저생계비(월 43만 5천 원)도 안 되는 연금을 받게 될 것이다. 기초연금은 월 소득 50만 원 미만 빈민들에게만, 그것도 한 달에 고작 8만 원만 지급할 것이다. 앞으로 20년 뒤에나 이 기초연금을 10퍼센트로 인상하겠다고 한다. 재정 마련 방안도 없는 못 믿을 약속이다.
워낙 형편없는 개악안이라 조중동 같은 보수 언론들조차 “‘용돈 연금’이라는 말이 나올 만 하다”며 우려했다. 물론 “이젠 공무원연금 차례”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조선일보〉4월 21일치 사설)
재정 안정화
열우당과 한나라당이 연금 ‘개혁’을 추진한 명분은 ‘재정 안정화’이다. 그러나 이 ‘재정 안정화’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국민연금 제도의 진정한 취지인 노동자·서민의 노후 안정화다. 젊어서는 비정규직으로 살다가 노후에는 연금 한 푼 못 받는 사람이 5백만 명이 넘는데도, 주류 정치인들은 주식 시장을 떠받치고 정부 재정을 보충할 ‘연기금 안정화’가 더 중요하다고 우긴다.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20년이 되는 2008년에 제대로 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속도로 쌓여가던 기금 적립률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처음부터 예상된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도 이들은 재정 안정 운운하며 연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또, 열우당과 한나라당은 연금 기금 수백조 원을 쌓아두면서도 연금 지급액을 대폭 낮춰 수많은 노동자들을 값비싼 사보험 시장으로 내몰려 한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사보험 시장이 확대되길 기대하는 국내 주요 보험회사들과 다국적 보험회사들이 한국 정부에 국민연금 개악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이들의 우선순위에서 노동자들의 삶은 주식, 채권, 부동산, 기금, 보험업, 시장 같은 것들보다 한참 아래에 놓여 있다.
노동자·서민의 노후를 위한 진정한 ‘재정 안정화’는 연금을 삭감하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정규직 고소득’ 노동자들조차 ‘현재의’ 생활비와 자녀교육비를 대기에도 빠듯한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삭감
이런 상태에서는 노동자들한테서 보험료를 거둬 나중에 연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한 넉넉한 연금은 꿈도 꿀 수 없다. 보험료와 연금 중 어느 쪽을 올리거나 낮추더라도 현재와 미래 중 어느 한 쪽, 또는 양쪽 모두 희생이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소득이 아니라 기업주 등 부유층이 소유한 거대한 부를 동원해야 근본적인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
기업주·부자 들에게 부유세를 거두고, 법인세를 인상하고, 누진율을 높여 그 돈으로 노동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한다면 재정 안정화와 노후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기업주·부자 들이 이런 정책에 격렬히 저항할 뿐 아니라 정부와 주류 정당들이 이들의 이익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저항을 실질적으로 물리칠 수 있는 강력한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자들의 대중 시위와 파업이 결정적이다.
따라서 현장조합원 활동가들이 국민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투쟁 건설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