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정책 폐지는 부유층의 탐욕을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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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입학은 그 신분을 돈 주고 사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일류 대학들이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부자들에게 신분을 ‘구매’할 자유를 주자는 말이 된다.
고교등급제 금지는 고등학교의 서열을 공식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고교등급제를 통해 고교간 서열이 공식화하면 고교평준화는 자연스럽게 무력화된다. 그럴 때 상위 서열을 독차지할 학교들은 사실상 이미 정해져 있다. 특목고, 자사고, 그리고 일부 강남 고등학교들이다.
일류대가 지방민과 가난한 국민 들에게 그림의 떡인 것처럼, 일류 고등학교도 어차피 다수 국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고교등급제를 하자는 것은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특혜를 줘서 더 쉽게 일류대를 가게 만들자는 얘기다.
본고사를 보게 하면 각 대학은 서열별로 문제를 낼 것이다. 서울대는 1류 서열을 지키기 위해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수준의 문제를 낼 것이다. 그 문제는 당연히 공교육 교육과정엔 들어있지 않은 것들이 된다.
그리 되면 아이들은 지금보다 사교육이 더 필요해진다. 일류대의 고난이도 입시문제를 통과해 일류 간판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가장 비싼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일 것이다.
결국 3불정책 폐지는 대다수 국민의 자식들을 사람 취급도 안 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주장이다. 평범한 집 자식은 지배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노예이고, 돈 있는 집 자식은 그 돈으로 신분을 사서 평생 다른 국민 자식들 위에 군림해도 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일류대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이런 것을 백주에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안중에 국민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는 뜻이다.
일류대들이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만 노예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대들을 비롯해 한국의 대다수 대학들을 모두 ‘노예의 학교’로 취급하는 것이다. 3불정책을 폐기하건 말건 일반 대학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 지방대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한다고 특목고 학생들이 지방대를 지원할까? 지방대가 본고사를 본다고 강남 자녀가 지방대를 지원할까? 3불정책은 일반 대학에 대한 규제가 아니다.
3불정책이 규제하는 것은 오직 일류대, 그리고 일류대를 독점하려는 부유층의 탐욕뿐이다. 고교등급제를 통해 귀족 고등학교를 만들고, 본고사를 통해 귀족 사교육 코스를 만들어 일류대를 독점하려는 부유층의 탐욕, 귀족 학교가 되려는 일류대의 탐욕을 규제하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국익을 명분으로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다수 국민은 사람 취급도 안 하면서 말이다.
기여입학제
참여정부도 명시적으로는 3불정책을 지킨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3불정책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서울 일류대들이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시행해도 정부는 처벌하지 않는다.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본고사를 보려 해도 말로만 옥신각신할 뿐 처벌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이 자유화 일변도이기 때문이다. 자유화 기조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규제할 수 없다.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가 탈규제인 한 3불정책을 지킨다는 것은 말놀음일 뿐이다. 국민만 놀아나고 있다.
3불정책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3불정책을 지킨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단지 지금보다 더 악화되는 것만을 막을 수 있을 뿐이다. 그 ‘지금’이란 무엇인가? 바로 ‘입시경쟁’이다.
입시경쟁은 대학서열체제 때문에 생긴다. 일류대들이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지금보다 대학서열체제를 더 심화시켜 자신들만 저 하늘 위로 날아가겠다는 말이다. 그걸 막는다 해도 대학서열체제 자체는 변하지 않고, 당연히 입시경쟁 구조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국민은 언론이 연일 대서특필하는 3불정책 논란에 휩싸여선 안 된다. 3불정책이 깨지면 국민이 지하 2층에 내동댕이쳐지지만, 3불정책이 지켜져도 지하에 갇혀 있는 현실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이 지금 요구해야 할 것은 입시경쟁의 폐지다. 그것은 대학서열체제를 혁파할 때 가능한 일이다. 대학서열체제 혁파가 두려운가? 대학서열체제 혁파로 손해를 보는 것은 3불정책 폐지로 이익을 보는 극소수, 즉 일류대와 그 일류대를 독점하려는 대한민국 상위 꼭지점 집단뿐이다. 그 외엔 모든 국민에게 이익, 다시 말해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두려움을 버리고 입시경쟁 폐지를 요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