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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공격은 모든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다

지난 2월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참사 사건은 2003년 이주노동자들의 명동성당 농성 투쟁에 이어 다시금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많은 노동·사회 단체들이 이주노동자 운동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또, 지난해 11월 한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월 1백 시간이 넘는 잔업과 철야 노동에 혹사당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측은 산재로 승인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한국주상 지회와 경남지역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앞장서 싸워 올해 2월 산재 승인을 받아냈다.

물론 이러한 중요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태도는 우리 운동 안에서 여전히 적잖은 논란과 논쟁을 낳곤 한다. 특히 고용의 불안정성이 커 개별 노동자들 사이에 일자리 경쟁이 심한 업종들에서 이런 문제가 훨씬 두드러진다. 건설 업종이 대표적 사례이다.

건설 현장에는 덤프·레미콘·굴삭기 등 특수고용 노동자를 비롯해 불법 다단계 하도급, 만성적인 임금 체불, 다발적인 안전사고 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백만 명에 달한다.

이간질

이렇게 일자리와 임금이 위태롭고, 노조 조직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건설 작업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이 내국인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주범으로 엉뚱하게 몰리기 쉽다.

심지어 같은 건설 현장에서 한국 노동자의 신고로 이주노동자들이 단속돼 잡혀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결코 국내 건설 노동자들의 일자리나 임금을 위협하는 원인이 아니다.

자본가들은 늘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해 되도록이면 적은 임금을 주려 하고, 당연히 낮은 임금으로도 일을 하려는 노동자들을 데려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고용 불안 등을 감수해야 하는 국내 노동자들의 처지는 그런 상황을 강요하는 사용자들 탓이지, 마찬가지로 (또는 더) 고통받는 이주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즉, 비난의 화살은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라 자본가들과 정부의 이주노동자 규제와 차별 제도를 향해야 한다.

이 점에서 특정 업종에서 일정한 쿼터(할당량)를 둬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을 막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운동 내 일부의 ‘현실론’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

쿼터제가 도입되면 이주노동자들은 쿼터 제한 업종이 아닌 낮은 임금의 불법적 일자리를 구하려 들거나 아예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릴 것이다. 그리 되면 결국 머지않아 기업주들이 다른 국내 노동자들에게도 임금과 노동조건 악화를 강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노동자들이 적대시하고 막아야 할 대상은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을 핑계로 노동계급 전체를 이간질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이윤 증대만을 추구하는 정부와 자본가들이다.

조기현 대구경북건설노조 위원장은 감옥에서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명료하게 주장했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 이주 노동자를 배척할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자본은 언제든지 이주노동자를 이용해서 우리를 갈라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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