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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활동가 인터뷰: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민중입니다”

우고 차베스의 볼리바르식 혁명과 21세기 사회주의는 한국의 많은 좌파 활동가들을 고무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차베스를 지지하지만 극소수는 차베스가 독재자라고 비판합니다. 이런 비판을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차베스가 독재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8차례 선거를 치렀고, 거듭거듭 승리했습니다. 따라서 차베스가 독재자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차베스에게 조금은 권위적인 면이 있고, 때때로 혼자서 이런저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베네수엘라에서는 차베스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가 차베스 혼자 힘으로 건설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차베스는 단지 수단일 뿐입니다. 민중이야말로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진정한 주체입니다.

또, 베네수엘라 민중은 차베스의 정치에 비판적이기도 합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차베스를 충심으로 지지합니다. 만약 차베스가 없었다면 혁명적 과정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 우익 쿠데타는 혁명적 과정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차베스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 가진 것을 이용하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차베스가 있고, 그는 민중이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게 하는 지도자입니다.

민중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차베스도 정부도 아니라 민중 자신이어야 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민중 중심성이 자라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차베스도 실수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전 세계 어느 대통령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차베스가 군부를 앞세워 베네수엘라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북한의 선군정치 비슷하다는 거죠. 차베스와 군부의 실제 관계는 어떠합니까?

차베스가 군인 출신이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를 만드는 사회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베네수엘라에서 군부가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변화하는 민중을 봅니다.

베네수엘라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나라·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웃에서 일어나는 일에, 또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는 무관심하지 않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는 군대나 차베스 때문이 아니라 모두 민중 자신 때문입니다. 차베스는 단지 수단일 뿐입니다.

애초에 차베스는 ‘까우디요[소영웅주의적 포퓰리스트 지도자를 뜻하는 스페인어­편집자]’, 즉 모든 결정을 일일이 내리는 지도자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베네수엘라에는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절차가 있습니다. 일례로, 사람들은 ‘안녕, 대통령!’ 프로그램에 나와 차베스에게 직접 정부 정책들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차베스가 법률을 제정하려 할 때, 사람들이 “이 법률은 우리의 삶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에 제정해선 안 된다. 이 법률을 받아들일 수 없고 고쳐야 한다” 하고 비판을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때때로 조금 권위적일지라도 차베스는 민중의 말을 경청합니다.

‘볼리바르주의 서클’과 ‘주민자치평의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볼리바르주의 서클은 더는 가동되고 있지 않습니다. 애초에 혁명적 과정을 수호한다는 좋은 의도로 시작됐으나 이후 부패가 엄청나게 만연했습니다. 주민자치평의회는 매우 훌륭한 시도입니다. 거기서 사람들은 지역사회의 토지나 조직 등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기존의 법이 있더라도 민중은 그 법을 바꾸라고 요구합니다. 민중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법을 바꾸고 있습니다.

주민자치평의회는 베네수엘라의 관료제와 국가 기구를 극복하고 민중 자신이 참여해 국가의 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진정한 변화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일부 지역에서 그것은 매우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라라 주(州)의 카로라는 주민자치평의회가 최초로 조직된 곳으로 지역의 모든 자원을 민주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잘 보여 줍니다.

불행히도 이것은 아직 유일한 사례에 불과합니다. 아직 모든 주의 모든 주민이 여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차베스를 충심으로 지지하지만, 차베스 혼자서 이 과정을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민중이 해야 합니다. 차베스와 민중 사이에는 권력을 민중에게 주려고 하지 않는 집단이 있습니다. 민중과 권력자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이죠.

차베스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관료주의를 걱정합니다. 이것을 뛰어넘는 21세기 사회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우리가 사회주의를 구현하려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대안 체제 사상, 민중권력 사상, 변화하겠다는 의지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을 가지고 우리는 관료주의에 맞서 싸웁니다.

사회주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와 제국주의 체제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는 이윤을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여전히 이런 체제가 베네수엘라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지난 8년 간 이것을 부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아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는 시작됐습니다.

전에 민중은 정치인들이 늘 부패하기 마련이고, 정치에는 늘 관료주의가 따라붙기 마련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이에 맞서 싸울 수 있고 또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혁명적 과정의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저는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희망·저항·참여·행동·변화의 과정으로 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자기 나라가 자신에게 속한다고 느낍니다. 단지 자기 나라만이 아니라 전 지구가 자신에게 속한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인간이고, 지구 전체가 우리의 것입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민중입니다. 민중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민중은 자신을 교육하고 있고, 세상을 변화시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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