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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에 다가온 기회를 부여잡자

최근 4·25 재보선 결과는 주류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심각한 불신과 환멸을 보여 줬다. 특히 한나라당의 ‘재보선 필승 신화’가 무너졌다.

물론 돈 공천, 후보 매수 등 비리 사건이 선거 직전에 터진 것이 선거에 영향을 끼쳤지만, 사실 한나라당의 부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조차 비아냥거렸듯이 한나라당은 “물밑에 [부패한] 몸통과 뿌리가 그대로 있는” 정당이기에 치유가 불가능하다.

이런 ‘차떼기’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50퍼센트를 넘었던 것은 순전히 노무현의 배신과 개혁 실패에 대한 반사이익 덕분이었다. “이념적 보수성으로 본 (순수) 한나라당 지지도는 20퍼센트 안팎”에 불과했던 것이다.(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

노무현의 열우당 탈당 속에 열우당이 후보도 거의 못낸 4·25 재보선은 소위 ‘노무현 없는 선거’였고, 여기서 한나라당의 거품은 다 빠져버렸다.

더구나 한미FTA 추진, 국민연금 개악, 사학법 개악 등에서 노무현과 ‘찰떡 공조’중인 한나라당은 ‘반노무현 전선’을 형성할 수가 없었다.

한나라당 부진의 공백을 충남에서는 국민중심당 심대평이 차지했지만, 국민중심당의 전국적 지지율은 고작 1퍼센트 수준이다.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비리 전력이 있는 김홍업을 공천해 당선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으로 보인다.

김홍업은 김대중 ‘혈통’을 내세웠는데도 49.7퍼센트의 지지에 그쳤다. 2004년 총선 때 한화갑이 57.5퍼센트의 지지를 받은 점을 감안하면, 주류 언론의 분석과 달리 지역주의 약화로 봐야 한다.

‘재보선 필패당’인 열우당은 후보도 내지 않고 이념상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심대평과 비리전력자 김홍업을 지원했다. 그래 놓고 “범여권의 승리”라며 자축하는 모습은 어처구니없는 꼴불견이다.

반면, 주류 정치 세력에 대한 불신과 환멸 속에 무소속 후보가 무려 23명이나 당선했다.

또, 주류 언론은 완전히 무시했지만 민주노동당도 평균 16.58퍼센트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이것을 “한미FTA 타결 이후 민주노동당이 … 위상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 주는 한 징후”라고 분석했다.

몸부림

주류 정치권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열우당 주류가 추진하는 통합신당은 계속 미래가 어두울 것이다. 노무현의 한미FTA 추진, 사학법 개악, 국민연금법 개악을 돕는 이 자들이 정치적 떡고물을 챙길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소수파인 김근태와 천정배의 ‘개혁 연대’는 한미FTA 반대를 표방했지만 한미FTA를 지지하는 열우당 주류나 민주당 등과의 “폭넓은 대연합”도 추진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반노무현 전선’을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6월 한미FTA 체결, 7월 레바논 파병까지 노무현 정부와 ‘찰떡 공조’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명박·박근혜의 아귀다툼과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주류 정치권 전반에 대한 환멸 속에 커다란 정치적 공백이 형성되는 지금,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은 이 기회를 부여잡기 위해 더 적극적인 도전과 모험에 나서야 한다. 엉뚱한 자들이 어부지리를 얻기 전에 노무현·열우당·한나라당의 한미FTA 추진 등 개악에 맞선 대중 투쟁 건설과 함께 진보진영 선거연합을 통한 정치·선거 대안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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