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측은 “불법파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고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조합원 1천3백여 명의 단호한 파업으로 화성공장의 60퍼센트 이상이 가동 중단되자 꼬리를 내리고 교섭에 나섰다. 5월 10∼11일 파업으로 회사는 수백억 원의 생산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타협하지 않겠다던 호언장담도 엄포로 끝나고 만 것이다.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은 감동의 드라마 같았다. 1천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측의 고소고발 협박에 굴하지 않고 민중광장에 모였다. 야간 근무를 한 노동자들도 퇴근하지 않고 파업을 사수했다.
이날 파업의 동력은 정리해고와 분사·분할에 맞서 한 달 넘게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백상’과 ‘백우’의 고령 노동자들이 보인 투지와 식당 여성 노동자들의 전투성이 핵심이었다. 또 파업을 하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정규직 ‘선봉대’ 동지들의 연대가 큰 힘이 됐다.
그러나 기아 자본이 교섭 석상에서 양보안을 내놓지 않아 협상은 중단됐고 소강 상태에 빠져들었다.
파업을 일시 철회한 비정규직지회는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5월 17일부터 전면 파업을 다시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아차 정규직 노조 19대 집행부 동지들도 비정규직 파업 투쟁을 지지·엄호하며 함께하기 위해 집회에 다수가 참석했다. 올바른 일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지회를 대상으로 한 19대 집행부의 성급한 조직 편제 결정과 일방적인 조직화(정규직 지부에 직가입)는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처사다. 비정규직 투사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좀더 신중한 배려 속에 조직 편제를 추진해야 한다.
한편, 비정규직지회 지도부 역시 조직 편제에 대해 경직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한 정규직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을 믿고 조직 통합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