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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위 워 솔저스

최근 몇 년 동안 헐리우드는 대작 전쟁 영화들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래 전쟁 영화들은 전쟁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자랑해 왔다. 외견상으로 이 영화들은 리얼리즘이다. 피가 튀고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꼭 진짜 같다. 그러나 정작 영화가 다루고 있는 전쟁에 대해 부정직하다면 그것이 리얼리즘일까?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스필버그가 완성한 가짜 리얼리즘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동료들을 돌보는 불굴의 병사들을 클로즈업했다. 그러나 카메라를 뒤로 돌렸다면 더 리얼한 진실, 즉 이 병사들이 미국 제국주의 모험의 대포밥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을 것이다. 가짜 리얼리즘은 사실적인 전투 장면과 단순한 캐릭터, 진부한 대화, 애국주의적 감상이 그 특징이다. 이것은 〈위 워 솔저스〉에도 해당한다. 이런 영화는 목적이 분명하다. 전쟁이 매우 끔찍한 것일지라도 사람들이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위 워 솔저스〉는 베트남 증후군을 일소하려고 노력한다. 미국의 끔찍한 패배 대신 미국의 고귀한 승리를 창조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미국이 베트남에서 벌인 첫 대규모 전투 ― 1965년 11월 할 무어 대령(멜 깁슨 분)이 이끈 제1기병사단 제7연대 1대대의 이아 드랑 계곡 전투 ― 를 다뤘다. 미군 제1기병사단은 애초에는 이름 그대로 기병이었다. 특히, 할 무어의 제7연대는 서부 시대 미군을 상징하는 제7기병대였다. 조지 암스트롱 커스터 장군이 제7기병대를 이끌었다. 영화 속에서 할 무어가 존경심을 표현하는 이 선임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불구대천의 원수였다. 이 학살자를 응징한 1876년의 리틀 빅혼 전투는 아메리카 원주민 항쟁사의 가장 위대한 전투였다. 제1기병사단은 1950년 한국 전쟁에도 참전했다. 바로 이들이 노근리에서 1백32명의 주민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영화는 이 전투에서 미군이 불리한 상황에서 끝까지 항전해 승리한 것으로 묘사한다.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책과 영화에서 모두 보여 주듯이 공군력이 없는 북베트남군이 열세였다. 할 무어 대령과 조셉 갤로웨이 기자는 책에서 미군이 폭격기와 헬기를 동원해 “끓어오르는 지옥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랜달 월래스 감독은 할 무어 대령의 전체 이야기 중 3분의 2만 다뤘다. 미군이 승리한 시점에서 영화가 끝났다. 원래 전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 살아남은 미군들은 매복에 걸려 거의 전멸했다. 딱 하루가 지난 국면을 다뤘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됐을 것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 영화가 베트남 사람들을 진지하고 엄격한 투사로, 훌륭한 적으로 묘사한다고 평가한다. 이것은 베트남인에 대한 전형적인 묘사와 대비된다. 그러나 거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적이 열등해 보이면 미국인들의 영웅주의와 승리를 돋보이게 할 수 없다. 이것은 영화가 베트남 전쟁에서 왜 하필 첫 대규모 전투를 묘사했는지 설명해 준다. 그 시점에는 미군 병사들이 기꺼이 조국에 충성했다. 한마디로 순진했다. 나중의 전투에 대해선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군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요인들 중의 하나는 전장에서 병사들의 준반란과 군기의 붕괴였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커트리트의 책 《솔저스 인 리볼트》는 제1기병사단 제7연대 2대대 C중대 ― 이아 드랑 전투에서 1대대와 함께 거의 전멸한 바로 그 부대 ― 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1970년 4월, CBS TV 카메라 팀 바로 앞에서 위험한 정글 길로 내려가라는 상부 지시에 항명했다.

이런 사건들은 베트남에서 흔한 일들이었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다른 영화들 ― 〈플래툰〉, 〈메탈 자켓〉, 〈지옥의 묵시록〉 ― 은 모두 1967∼1968년이 배경이다.

〈타이거랜드〉는 아예 미군이 붕괴하고 있던 1971년 배경이다. 월맹군이 아니라 사병들에게 더 많은 장교들이 죽었다. 1970년에만 상관에게 수류탄을 던진 사건이 2백9건이나 보고됐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1971년에 15만 명의 미군이 탈영했다. 〈타이거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감염시킨 부패와 환멸의 깊이를 잘 보여 준다. 〈위 워 솔저스〉는 이런 사건들을 피해야 했다. 그래서 첫 전투까지 찾아갔다. 원래 이아 드랑 전투의 역사적 의미를 찾는다면, 민족 해방을 위해 싸우는 가난한 북베트남 군대가 월등하게 잘 무장한 제국주의 군대를 상대로 싸운 첫 전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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