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반대의원모임’ 임종인 의원 인터뷰:
“파병 연장 움직임은 약속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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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추측과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또다시 미국의 요구에 의해서 파병 기간을 연장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국민과의 약속, 국회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지난해에 열린우리당 의원 90명이 올해 말까지 철군하는 조건으로 1년 연장해 주겠다고 서명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 6월 말까지는 자이툰 부대 임무종결계획서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던 겁니다. 그러니까 임무종결계획서를 내놓겠다는 것은 연말 철군을 전제했다고 봐야 하는 거죠.
미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국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미국 내에서도 64퍼센트나 되는 사람들이 철군을 바라고 있고, 파병 2위 국가인 영국도 철군 또는 감군을 한다고 하고, 폴란드나 이탈리아도 철군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불법적인 침략 전쟁에 같이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고 세계에 과시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래서 가장 만만한 나라인 한국에 또다시 파병 [연장] 요청을 했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에 “반미면 어떠냐” 하면서 자주적 태도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미국에게 취하는 태도는 다른 어느 대통령보다도 더 굴종적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정부는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의 평화·재건을 돕고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것이 사실입니까?
이라크 파병은 평화·재건이 아니라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의 들러리 구실을 하는 겁니다.
이라크 전쟁은 애초 유엔의 지지를 받지 못한 불법 침략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라크에는 전쟁이 끝난 적이 없어요. 그래서 평화·재건이라는 말 자체가 틀린 말입니다.
제가 이라크에 세 번 다녀왔습니다. ‘재건’을 하려면 ‘파괴’가 있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가 간 아르빌 지역은 전쟁이 없었어요. 그래서 재건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거죠.
한국군은 전쟁이 있었던 지역은 가지도 않고 쿠르드 지역인 아르빌에 가 있는데, 이건 ‘깡패가 선량한 사람을 때리는데 망봐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격입니다. 이라크 사람들이 60만 명 이상 죽었다는데 그 학살 현장에서 망봐 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거죠.
‘경제적 실익’, 특히 쿠르드 지역의 유전개발권이나 전후 복구사업 참가를 위해 자이툰 부대 주둔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정부는 평화·재건과 경제적 실익을 얘기했어요. 석유 자원 확보, 전후복구사업 참가 따위였죠.
그런데 한국이 파병을 했기 때문에 이라크 저항세력의 표적이 됐고, 그 때문에 우리 나라 기업들이 진출을 못했습니다. 김선일 씨 사건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김선일 씨가 피살된 뒤에 정부는 우리 기업이 이라크 내 복구사업이나 자원확보 등에 [참가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기업이고 사람이고 아예 가지를 못하게 했죠.
오히려 자이툰 부대가 있음으로써 우리가 지난 4년 동안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지 못한 거죠. 쿠르드 정부가 작년, 재작년 계속 아르빌 공항 활주로 건설 사업이나 아파트 건설 사업에 참가하라고 했지만 정부가 자이툰 부대 때문에 못했던 겁니다. 즉, 경제적 실익을 위해서 자이툰 부대가 주둔해야 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실익을 위해서라도 철군을 해야 하는 거죠.
게다가 우리가 쿠르드 지역에 주둔하는 것은 미국이 쿠르드 지역에 있으면 이라크와 쿠르드족, 터키 사이의 국가간·종족간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 터키와 쿠르드 자치정부 사이에 긴장이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욱 남아 있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정부는 자이툰 부대 파병 재연장 추진과 더불어 3백50명 규모의 레바논 파병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19일에 본대가 출발할 계획인데요.
레바논 파병은 물론 유엔 결의안이 있어서 자이툰 파병과 성격은 좀 다르죠.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가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이건 이스라엘과 미국을 두둔하기 위한 평화유지군 활동이라는 거죠.
게다가 매우 위험합니다. 지금 우리 군대가 가는 곳이 레바논 남부 아닙니까? 지금 무슬림들의 지지를 받는 헤즈볼라와 기독교 민병대, 이스라엘, 레바논 정부군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이스라엘이나 기독교 민병대 편을 들 가능성이 많다는 거죠.
이러한 파병 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침략 전쟁의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게 노무현 정부의 파병 정책입니다. 한나라당은 이런 잘못된 외교·안보 정책의 가장 굳건한 지원 세력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본질을 보여 주는 우스꽝스런 일이죠. 한미FTA도 마찬가지고요.
이게 바로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진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지자들의 뜻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거죠. 열우당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철군은 국민의 힘으로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올 연말에 대선이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노무현 정부의 파병 정책에 대한 심판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또,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는 진보 세력들은 이번 대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지금 국민의 54퍼센트가 파병에 반대하는데, 이런 국민의 뜻에 따르는 의원은 15퍼센트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건 국민[의 뜻]과 국회·정부의 구성이 모순돼 있는 것이고, 따라서 이번 대선과 총선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범여권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무엇을 위해, 무슨 차이 때문에 한나라당에 반대한다는 것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이른바 ‘묻지마 대통합’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묻지마 대통합’에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이건 국민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 겁니다.
노무현 정부와 열우당은 지지는 서민들한테 받고 정책은 특권층과 재벌, 미국을 위해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는데, 아무런 반성도 없이 ‘무조건 한나라당 집권은 안 된다, 대통합 하자’는 식으로 ‘공포’를 동원하는 겁니다. 자신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은 안 되니까 찍어 달라? 결론적으로 ‘대통합’이 아닌, 제대로 된 서민적 진보 신당을 만들어서 진보적인 정책을 수행해야 하고, 그러려면 민주노동당과 진보대연합을 해야 한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