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내에서 벌이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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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국내에서 벌이는 전쟁
강철구
조지 W 부시가 애써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이 탄로났다. 부시 일당이 9·11 테러 전에 항공기 납치 음모에 대한 경고를 무시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5월 13일치
정치적·시민적 자유에 대한 공격
부시는 계속 아랍인들을 마녀사냥하고 있다. 9·11 테러 뒤 2천여 명이 구금됐다. 기소나 재판 절차도 없었다. 구금된 대다수는 평범한 아랍 청년들이었다. 뉴저지에 사는 이집트인 모하메드 오마르
법무부 장관 존 애슈크로프트는 5월 30일 “FBI 요원들에게 대상자의 동의 없이도 공개 장소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FBI는 이제 정치·종교 단체를 마음대로 사찰할 수 있다. 전화를 도청하고 인터넷 웹사이트와 채팅방 등도 사찰할 수 있다.
미국 시민자유동맹의 로라 머피 국장은 “9·11 테러를 예방하는 데 실패한 FBI가 도리어 이를 빌미로 헌법에서 보장한 시민권을 파괴하려 한다”고 ‘FBI 개혁안’을 강력히 비판했다.
FBI 국장 로버트 뮐러는 “반테러 활동에 한정해서만 엄밀하게 국내 감시 권한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테러와 무관한 평범한 사람들이 당하는 억압을 보면 뮐러의 말은 완전한 거짓말이다.
FBI의 추악한 역사는 FBI가 미국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는커녕 시민들을 수시로 감시하고 괴롭혔다는 것을 보여 준다.
1976년 미국 상원 보고서는 당시 FBI가 50만 명의 미국인에 대한 파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저명한 흑인 민권 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해 존 스타인벡, 어니스트 헤밍웨이 같은 유명한 소설가도 감시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FBI가 작성한 1만 5천 명의 “보안 대상자 목록”에는 반전 운동가, 사회주의자, 흑인 해방 운동가 등 대부분 좌파 성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국가 비상시” 기소나 재판 없이 체포될 운명이었다. 1969년에 급진 흑인 단체인 흑표범당의 지도자 프레드 햄프튼과 흑표범당원 마크 클라크가 기관총으로 무장한 시카고 경찰들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FBI가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폭로된 정보 기관의 파렴치한 행위에 미국 시민들은 아연실색했다. 대중의 불신과 압력에 떠밀려 FBI는 “국내 첩보 수집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FBI는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26년 만에 시민적 자유를 유린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마틴 루터 킹은 1967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베트남에 있는 폭탄이 국내에서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벌이는 제국주의적 전쟁이 국내 정치 억압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꼬집은 말이다.
국민이 전쟁의 동기와 비극적 참상을 알게 되면 전쟁에 대한 지지는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권력자들은 전쟁을 수행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이 바로 그랬다. 미국 내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전 운동은 미국 군대가 베트남에서 물러나도록 만들었다.
부시는 반전 운동의 싹을 제거해야 “끝없는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부시가 미국 내에서 정치 억압을 강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시의 더러운 책략
6월 9일 부시는 자국민 압둘라 알 무하지르를 “적의 전투 요원”이라 규정했다. 법무부 장관 존 애슈크로프트는 무하지르가 “더러운 폭탄” 공격을 계획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하지르가 테러를 준비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진실을 알 수 없을지 모른다. 변호인 접견이 금지됐고 재판도 열리지 않을 계획이다. 6월 11일치
그러나 테러를 “구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테러를 실제로 저지르는 자들이 부시 일당이다. 미국의 전쟁광들은 세계를 전쟁 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들은 핵무기 선제 공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는 핵전쟁 공포를 일으키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악한 지배자들을 후원했다. 또,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자들이 조성한 무하지르의 “더러운 폭탄” 위협은 얼마나 더러운 사기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