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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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지지
정진희
여성 해방을 위해 박근혜를 ‘활용’하자는 박근혜 활용론이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꽤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박근혜 지지를 표명한 최보은과 재빨리 이를 지지한 장정임에 이어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꽤 인기 있는 잡지인 《이프》 편집위원 이숙인은 박근혜 지지를 분명히 밝히지는 않지만 박근혜에 거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여성 단체가 중요한 압력 단체가 되어 여성의 이름으로 그녀를 압박한다면 남자 후보들다는 더 많은 여성 정책을 획득하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생각도 해 본다.”
박근혜 ‘활용’론자들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의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커다란 환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냉전 우익을 반대한다는
박근혜 활용론자들이 박근혜가 냉전 우익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운동권 출신이라는 최보은과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인 장정임이 박근혜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구실을 해 왔는지 모를 리가 없다. 이들에게는 박근혜가 어떤 여성인지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여성이면 충분하다. 장정임은 노골적으로 말한다. “박근혜면 어떻고 누구면 어떤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최보은도 같은 생각이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억압하는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 계급 여성들이라도 상관 없다. 그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여성 우익들 ― 매들린 올브라이트, 마거릿 새처, 최근 임명된 프랑스 국방장관 미셀 알리오-마리 ― 를 가리켜 “그들은 그 존재 자체로 세상을 향해 여성도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을 할 능력이 있다는 중요한, 우리 입장에서 보면 혁명적인 발언을 하고 있
시장 정책과 여성들의 삶 향상이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순전한 사기다. 신자유주의가 대다수 여성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것은 이미 김대중 정부에서 4년 넘게 지긋지긋하게 경험했다. 대량 해고와 임금 삭감으로 많은 가정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이것은 여성을 더 고통스럽게 했다. 아이와 노인과 환자를 돌보는 일이 개별 가정에 떠넘겨져 여성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시장주의는 대다수 남성뿐 아니라 대다수 여성의 삶도 후퇴시키는 중대한 공격이다. 그런데도 장정임은 시장주의가 별 것 아닌 양, 박근혜가 만들고 싶은 나라가 “시장 경제 체제를 제외하고는 진보주의자들의 비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정임은 진보 진영 일부 남성들의 여성 차별 태도를 이유로 “민노당 사람도 민주당 사람도 한나라당 사람도 모두 그게 그거”라며 ‘여성 연대’를 목청 높여 외친다. 그러나 막상 그 자신은 지독한 여성 차별론자 조지 W 부시의 아프가니스탄 여성 학살에 지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