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중국 광저우에서 본 ‘순수한 자본주의’의 실상
〈노동자 연대〉 구독
나는 최근 중국 광저우를 방문했다. 광저우는 베이징, 상하이와 함께 중국 3대 도시다. 세계 최대의 의류·신발·가죽제품 생산지로서 인류가 입고 있는 옷의 50퍼센트 이상을 생산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화려한 발전 속 실상은 매우 끔찍하다.
중국 서부 대륙의 청년들은 달랑 속옷 몇 장만 들고 하루에도 수천 명씩 광저우로 몰려든다. 이렇게 몰려든 사람들 대부분이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반면 기업가들은 너무나 쉽게 돈을 벌고 빈부격차가 커지니, 광저우의 치안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택시 운전사 옆자리와 뒷자리에는 쇠창살 칸막이가 있다. 택시 안에서 현금을 빼앗으려는 폭행사건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문 닫을 시간에는 은행과 정부가 고용한 안전요원들이 군복을 입고 시민들을 향해 장총을 겨누고 있다.
사장들 사이의 이권다툼으로 대낮에도 청부살인이 종종 일어난다. 7백 위안(10만 원)이면 청부살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이윤지상주의 사회를 유지하려고 억압적인 조처를 편다. 6개월 전에 광저우 시내에는 개인 오토바이 택시가 많았다. 오토바이 택시는 직장을 갖지 못한 청년들의 유일한 밥벌이 수단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갑자기 오토바이 택시를 금지했고, 달리는 오토바이 택시를 쇠파이프로 때려잡기 시작했다. 광저우 시내 도로에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청년들이 피범벅이 된 채 쓰러졌다.
광저우 노동자들은 보통 한 달에 1천5백 위안(2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이들은 햇볕도 들지 않고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3백50위안(5만 원)짜리 월세방에 산다.
미싱
의류 공장에는 열 살을 갓 넘긴 아이들이 팔뚝만한 먼지와 염색 약품 속에서 미싱을 돌리고 있다. 아이들은 음식쓰레기가 널려있는 공장에서 2위엔(2백60원)짜리 국밥을 허겁지겁 먹으며 밤새 일하고 잠도 공장에서 청해야 한다. 주로 한국과 아프리카 출신인 사장들로부터 폭언, 폭행, 성폭행을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우리 나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5천9백 원, 9천9백 원 초저가 의류”는 중국 어린 노동자들을 초착취한 결과물이다.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의류공장 노동자들은 서른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매우 활발한 노동쟁의를 일으키고 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의류공장 라인이 멈춘다. 이들은 “하루 2시간 식사시간을 보장하라”, “임금을 (체불말고) 즉각 지급하라” 등을 요구한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단결이 생산을 멈출 수 있고 사장으로 하여금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을 중국의 경제개발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배우고 있다.
야만적인 자본주의 중국의 진정한 희망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