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 핵실험 이후 심해진 공안당국과 우익들의 간첩 색출 마녀사냥이 허위·과장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 5월 법원은 전 범민련 부의장 강순정 씨에게 적용된 국가기밀 누설 혐의를 무죄 판결했고, ‘화교 출신 간첩’이라던 정수평 씨도 같은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른바 ‘일심회’ 사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법원은 1심과 달리 검찰이 제시한 문건 가운데 상당수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진강, 이정훈 씨는 ‘간첩죄’를 벗었다.
또, 법원은 1심에서처럼 이적단체 구성 혐의도 무죄로 판결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실형 3~7년에 이르는 가혹한 형을 선고했다. 이는 국가보안법의 진정한 성격이 정치·사상 탄압법임을 잘 보여 준다.
사실, 남한 지배자들이 북한과 접촉했다는 것을 빌미로 진보진영의 활동가들을 처벌하는 것은 위선적인 이중잣대다. 올 10월 노무현은 북한으로 “잠입·탈출”해 “반국가단체 수괴”와 “회합·통신”하려 하는데 말이다.
한편, 최기영 씨는 간암 판정을 받아 치료가 급한데도, 법원은 병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조폭 재벌’ 김승연은 우울증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말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들뜬 분위기에서 나온 이번 재판 결과는 남북 관계 발전이 자동으로 국가보안법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물론 국가보안법이 ‘냉전 악법’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이 국가보안법의 명분을 약화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보안법이 체제 단속법인 반민주 악법인 이상,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대중운동만이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