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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적인 탄소‘시장’의 약속

지난 8월 22일 노무현 정부는 국내에도 탄소 배출권 시장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교토협약)에 포함된 제도이다. 그 핵심 내용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에 가격을 매겨 이를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 정부들과 주류 경제학자들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올라가면 기업주들이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2006년 탄소 배출권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독일에 다녀 온 환경운동연합의 안준관 에너지기후본부 부장은 배출권 거래의 실상을 이렇게 폭로한다.

“독일 정부는 독일에 배당된 온실가스 배출권을 석유기업과 자동차기업들에 우선 배정해 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현재 배출량보다 많게 말이죠. 그래서 정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유·자동차]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줄일 필요도, 배출권을 사들일 필요도 별로 못 느끼고 있습니다.”

실상

그 결과 “이 계획이 [유럽연합에서] 처음 통과된 2004년 1월에 이산화탄소 1톤 당 배출권은 12유로 정도[였지만] … 2005년 1월에는 7유로 정도로 떨어졌다.”(폴 먹가, 《자본주의와 기후 변화》) 2006년에 “톤당 가격은 … 1유로밖에 안 됐다.”(〈가디언〉 4월 3일치)

노무현 정부의 탄소 시장 계획도 기업주들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할 듯하다. 유럽 탄소 시장 사례에서 보듯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급격히 높이지 않는 한 배출권 가격은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 정부는 아직 한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조차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지금 사 둔 배출권이 몇 년 뒤에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 자신이 교토협약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미국 주도의 ‘새로운 기구’에 참여한 마당에 얼마나 많은 기업주들이 이런 시도에 진지하게 참여할 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시장의 미래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쪽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만큼 그 권리를 사들인 기업에서 배출량을 늘린다면, 도대체 어떻게 전체 배출량을 줄일 수 있겠는가?

사실 탐욕스럽고 무정부적인 ‘시장 논리’가 낳은 결과를 ‘시장 논리’로 풀겠다는 발상 자체가 기만적이다.

진정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화석연료 에너지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대체해야 하고, 대중교통 중심으로 수송체계를 바꾸는 근본적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려면 시장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정면으로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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