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백주대낮에 벌어진 야만적 인간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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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친구 생일파티에 가는 길에 갑자기 정체불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봉고차에서 내리더니 아내와 나를 강제로 끌고 가려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일에 직면한 이주노동자 카쿤(가명) 씨는 당연히 저항했고 그 과정에서 옷이 찢겨지고, 살갗이 벗겨지는 상처를 입었다.
폭력을 휘두른 자들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었다. 이 자들은 보호명령서도 없이 단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카쿤 씨 일행을 연행하려 했다. 카쿤 씨는 합법체류중이었는데도 ‘일단 잡고 보자’는 식이었다.
그런데도 이 자들은 도리어 카쿤 씨를 폭행죄로 고소했다. 카쿤 씨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자기들이 다쳤다는 것이다! 공무집행방해죄까지 추가했다.
연락을 받고 급히 경찰서에 간 나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과 경찰이 이 “골치아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뻔뻔스럽게 공모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
나와 지역의 민주노총 활동가가 항의했지만 경찰은 불법 체포와 폭행의 주범인 출입국 직원은 놔둔 채 카쿤 씨를 유치장에 수감했다.
이들의 보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출입국 관리소 직원이 성수동에 사는 이주노동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어제 성수동에서 단속을 하던 중에 수모를 겪었으니 이제부터 성수동에서 계속 단속할 작정이다. 이주노조에서 활동하는 동료의 주소를 알고 있으면 얼른 말하라”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이주노조 활동가 쇼학이 성수동에서 연행됐다. 쇼학은 명동성당 농성부터 이주노조 건설과 반전 운동에 앞장선 투사이자 친절한 이웃이었다.
한 이주노조 활동가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성수동에서만 이주노동자 수십 명이 보호명령서도 없이 대낮에 짐승처럼 단속 연행됐다.”
우리도 가만히 두고보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동지이고 이웃인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에 맞서 성수동 지역 민주·시민단체들의 공동 대응과 지역 집회를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