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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공고 폐교 시도:
‘혐오’스러운 것은 비틀린 이 사회다

동호공고는 중구와 성동구의 경계에 자리한 학교다. 이 학교가 ‘혐오시설’이라는 집단민원이 제기되자 지난 8월 서울시교육청은 폐교 행정예고를 내렸다. 다행히 학교 구성원들의 서명운동과 비판 여론 때문에 폐교가 유보됐지만, 서울시 부교육감이 동호공고를 반드시 이전시키겠다고 공언하는 등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실업계 학생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주민들은 ‘학생답지 않은’ 실업계 학생들의 흡연, 갈취, 오토바이 소음 등을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곱지 않은 시선에 학생들은 상처를 받아 왔다. 학생들은 인근 아파트 단지 내 출입을 금지당했고, 수퍼마켓에서는 한 줄로 서서 수퍼마켓 주인과 2인 1조로 물건을 골라야 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 폐교를 추진하며 학생들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내몬 것이다. 학생들은 이럴 거면 실업계를 왜 만들었냐고 반문한다.

모든 청소년들이 피라미드식 학벌체제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도록 강요받는 지금 사회에서 실업계 학생들은 ‘정상’ 궤도에서 이탈한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학생들은 이 사회에 만연한 노동에 대한 저평가와 학벌사회의 견고한 벽 때문에 두 번 세 번 울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자라 비정규직이 되는 세상이다.

동호공고 학생들의 눈물어린 얼굴에서, 이 사회의 비틀린 우선순위가 만든 냉혹한 현실을 보게 된다.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려 다시 폐교를 시도할지 모른다. 학생들이 원하는 한 동호공고는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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