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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연장 시도 중단하라

지난 9월 6일, 정부는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의 교대 병력 5백45명을 출국시켰다. 국회 동의에 따른 주둔 만료 시점을 불과 3개월 남짓 남겨 두고 절반 가까운 병력을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파병 재연장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11월 국방장관 김장수는 국회에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을 제출하며 “2007년 6월까지 자이툰 부대의 임무종결계획을 수립하고 임무종결 시한을 2007년 내로 한다”고 약속했다. 압도적 파병 반대 여론과 이를 의식한 국회 내 반발 때문에 그런 약속 없이는 파병 연장 동의안 통과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반전 운동이 경고했듯이 그러한 약속은 결국 공수표로 끝났다.

지난 6월 국방부가 내놓은 ‘자이툰 부대 임무종결 계획서’에는 철군 방침도, 철군 시한도 빠져 있었다. 또, 정부는 철군 계획은커녕 국회와 상의도 없이 임무종결 시점 결정을 일방적으로 9월로 미뤘다. 그리고는 9월이 되자마자 냉큼 교대 병력을 파견해 버린 것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 국회의원은 “미 국무부 관계자들로부터 ‘한국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동의‍·‍다산 부대는 철군시키고 자이툰 부대 주둔은 연장키로 했다’고 들었다”(〈프레시안〉)고 폭로했는데, 이는 한국 정부가 이미 미국과 파병 재연장에 합의했음을 보여 준다.

노무현의 파병 재연장 시도 덕분에 지난 7일 APEC 한미정상회담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부시는 바로 전날 자이툰 교대 병력을 출국시키고 온 노무현을 “친한 친구”라며 반겼다. 부시가 “지속적 협력”을 부탁하자 노무현은 당연하다는 듯 “동맹국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둘의 만남을 이렇게 요약했다. “군사‍·‍안보 분야[즉, 제국주의적 침략과 점령 정책]에서는 이미 더 이상 논의할 의제를 찾기 힘들 정도로 모든 현안이 제대로 합의‍·‍이행되고 있다는 데 평가를 같이했다.” 두 전범이 ‘이심전심’‍·‍‘의기투합’한 것이다.

배형규‍·‍심성민 씨의 죽음이 보여 주듯, 한국 정부의 침략 전쟁 동참과 파병 정책은 평범한 한국인들에게 재앙을 가져올 뿐이다. 이러한 재앙을 막을 유일한 길은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이라크와 레바논에서도 한국군을 당장 철군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재앙을 부른 범죄 행각을 계속하려 한다.

국방부는 임무종결 시점 결정을 미루며 몇 가지 “판단 기준들” ― 이라크 상황, 동맹국 동향 등 ― 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러한 기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을 뿐이다.

이라크 ‘증파’는 완전히 실패했다. 미군 사망자 수는 되레 더 늘었고, 전체 폭력 건수도 줄지 않고 있다.

점령 실패가 명백해지자 한때 부시를 거들었던 ‘친구’들은 속속 이라크를 떠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말 3천여 명의 병력을 모두 철군했다. ‘의지의 동맹’의 마지막 주요 파트너인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는 곧 치러질 총선에서 ‘단계적 철군’을 내건 노동당에 패배할 것이 유력하다. 무엇보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파병 규모 2위인 영국조차 한때 4만 명이던 병력을 올해 안에 5천 명 이하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기업 보호?

주류 언론들은 “자이툰 부대가 아르빌에서 철수하면 한국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중앙일보〉)며 정부의 파병 재연장 시도를 거든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현지 진출은 수년이 지나도록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다.”(〈경향신문〉) 불안정한 이라크 상황 때문에 주요 재건 계약을 따낸 미국 기업들조차 사업을 정리하고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개발사업 참여를 내세우지만 이라크 중앙 정부는 종파 간 갈등 속에 아직까지도 새 석유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석유노동자들의 저항도 거세다. 설사 쿠르드족 자치정부와 맺은 계약이 있다 해도 그것들이 온전하게 이행될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이 이란으로 전쟁을 확대하기라도 하면 그나마 안정적이었던 이라크 북부도 하루아침에 불바다가 될 수 있다.

설혹 일부 이윤을 챙긴다 한들 그것은 수많은 무고한 이라크인들과 한국인 희생자들의 죽음과 고통을 대가로 한 ‘피묻은 떡고물’일 뿐이다.

배형규‍·‍심성민 씨의 죽음이 잊혀지기도 전에 이 파렴치한 정부는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할 짓을 서슴없이 하려 한다. 반전 운동이 일치단결해 이 야비한 시도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