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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문국현의 등장과 부상은 한국 주류 정치, 특히 범여권이 겪고 있는 위기를 단적으로 요약해 보여 준다.

이런 틈을 타 제3의 인물이 등장한 것은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현상이다. 문제는 문국현의 등장이 민주노동당에 미칠 효과이다.

민주노동당 내 상당수 사람들은 ‘문국현 현상’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 문국현의 지지층을 보면 “민노당 지지층이라든지, 진보적인 성향층에서 높게 나온다.”(문국현의 참모이자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김헌태)

이에 대한 한 반응은 문국현에 대한 심상정 후보의 비판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비판의 내용은 구구절절 옳은 것이었지만, 주장에 의한 비판이 행동을 통한 입증시키기로까지 나아갔다면 그 비판이 더한층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문국현이 민주노동당의 4대 진보 기준 ― 신자유주의와 한미FTA 반대, 비정규직 차별 철폐, 전쟁 반대와 한반도 평화, 국가보안법 폐지 ― 에 동의한다면 진보대연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문국현은 신자유주의의 극단적 양상이나 재벌의 “나쁜 관행”에 대해서는 꽤 비판적인 듯하다. 그러나 클린턴의 “기업형 정부론”과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의 “창조적 정부론” 같은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적극 옹호한다.

문국현이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에 비판적인 것은 높이 사줄 만하다. 그의 주장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계가 요구할 비정규직 법안 전면 재개정을 적극 지지해야 할 것이다.

한미FTA 문제에서 문국현의 태도는 모호하다. 한미FTA에 대해 문국현은 투자자-정부 제소 제도, 농업 개방 등은 “아주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와 동시에,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출 증대 효과 발생, 북미수교 유도 가능성이 한미FTA의 장점이라고 본다. 그래서 “비준은 연기해 놓고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많은 보완 조치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의 기준

물론 모호한 입장이라 해도 한미FTA 반대 공동전선에 함께 설 수 있다. 사실 한미FTA 저지 전선에는 원칙적 반대론보다는 모호한 입장이 다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국현은 지금까지 한미FTA 반대 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 점이 지난 봄에 한미FTA에 반대해 단식까지 한 천정배와 다르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신자유주의 정책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한미FTA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문국현을 반신자유주의 후보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하다.

한편, 문국현은 제국주의와 전쟁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 “문 후보의 비전은 경제 민주화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조차 “자본의 ‘윤리적 각성’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 한다.(정치평론가 유창선, 〈오마이뉴스〉 9월 7일치)

이처럼 운동 속에서 정치적으로 “검증”된 바 없는 자본가 출신의 정치인(“좋은” 자본가일지라도 자본가는 자본가다)을 진보대연합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섣부르다.

문국현은 민주노동당이 지난 몇 달 동안 진보 세력들에게 진보대연합을 제안했을 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문국현의 정치 일정에는 민주노동당과의 연합이 포함돼 있지 않다. 그는 범여권과 일정하게 선을 긋지만, 범여권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99퍼센트”라고 답했다.

반응 없는 상대를 향해 일방적 구애를 할 까닭도 없는 데다, 민주노동당도 이미 상당히 진도를 나아간 상태다. 이번 주말이면 민주노동당이 자체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그리 되면 당 내에서 후보 단일화(진보대연합의 핵심 의제 중 하나)를 거론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듯하다. 그렇더라도 민주노동당이 포괄하지 못하는 진보 세력들과 연합해 대선에 도전한다는 진보대연합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선거 막판까지도 계속돼야 한다.

그럼에도 문국현과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를 깨뜨리기 위해서라도 문국현에게 진보대연합을 제안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술이 아니라 자기기만이 될 공산이 크다.

문국현이 일부 피지배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사장 출신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국현은 조만간 창당할 신당에 합류할 세력으로 “양심적인 지역 지도자, 전문가, 기업인, 학자, 그리고 일부 정치인이나 관료들”을 꼽았다.

문국현이 범여권을 넘겨다 보는 것도 이런 사회적 기반과 관련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문국현의 계급 화해 정책이 빚어낼 모순을 예리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태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국현의 자본가적 행보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날카롭게 비판하고, 그가 피지배층의 입장에 선 발언을 한다면 지지하되 말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 줄 것을 제안하고 요구하는 것이다. 행동을 통한 입증 과정은 우리의 폭로와 비판을 더 효과적이게 해 줄 것이며, 문국현과 그의 피지배층 기반 사이의 모순을 드러내 최종적으로 균열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