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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아펙 정상회의:
전쟁 동맹의 위기를 드러내다

호주 항만노조원 워렌 스미스의 말처럼 “아펙은 전쟁, 임금 저하, 핵발전소, 그리고 대기업의 이윤을 뜻한다.”

호주 정부는 아펙 정상회의 경호예산으로만 1천7백억 원을 썼다. 그러나 이 회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의제였던 기후변화 문제만 봐도 그렇다. 아펙 회의에 모인 지배자들은 2030년까지 에너지 집적도를 25퍼센트 감축하고 2천만 헥타아르의 숲을 복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사기일 뿐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도 없고 구속력도 없다. 선언 초안 제안자가 온실가스 1인당 배출량 세계 1위인 오스트레일리아와 총배출량 세계 1위인 미국이다. 두 나라 모두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다.

이번 아펙 회의도 예년처럼 “맹탕으로 막을 내[렸]”(〈한국일보〉)지만 지난 회의들과 비교해 두드러진 점은 있다. 첫째, 제국주의 국가간 갈등이 심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 최초로 미국·일본·호주 3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언론은 중국 포위 전략이 주된 의제였다고 보도했다. 미국·일본·호주 3각 동맹은 회의 기간에 ‘말라바 2007’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했고, 이 훈련에 인도와 싱가포르를 참가시켜 중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또, 미국은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 무역수지 개선, 중국산 상품 품질 개선, 인권 개선 등을 요구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대만 문제에서 부시는 “현 상태를 변화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반대한다”고 했다. 대만더러 유엔 가입 문제에서 자제하라는 말이기도 했지만, 결국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한 셈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대만의 유엔가입 국민투표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중·미 정상회담 직전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상륙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러시아도 아시아 진출을 모색하려 한다. 아펙 정상회담 직전에 푸틴은 인도네시아에 킬로급 잠수함과 탱크, 헬기 등 9천4백억 원 어치의 무기를 판매했다. 최근 러시아는 미국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최대 무기 판매국이 됐다. 또, 러시아는 옛 소련과 함께 붕괴한 항공모함 전단을 부활시켜 2015년부터 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둘째, 부시와 그 졸개들이 처한 절박한 정치적 위기가 선명히 드러났다. 부시·아베·하워드의 만남은 지지율 30퍼센트 짜리들의 회의였다. 부시는 아베를 만나 테러조치특별법 연장에서 후퇴하지 말 것을 간청했고, 하워드를 만나서는 호주군의 이라크 주둔 연장을 요청했다.

사임 위기에 있는 아베는 “정권을 걸고” “인도양에서 급유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부시에게 다짐했다. 그러나 최근 선거에서 참의원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 당수 오자와 이치로는 “급유 지원 활동 지속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워드도 연말 총선 패배가 유력하다. 그래서 부시는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노동당수 케빈 러드를 만나 파병 연장을 구걸했지만, 그에게서 “단계적 철군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이런 데는 아래로부터 압력이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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