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노동자들을 배제한 협의체 구성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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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노동부 장관 이상수, 철도공사 사장 이철,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 철도노조 엄길용 위원장은, 노·사·공익 대표 4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외주화와 직접 고용의 타당성을 공동 조사하고 다수의견에 따라 KTX 비정규직 문제를 결론짓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많은 언론이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으로 간주돼 온 KTX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이 합의는 겉만 번지르르 할 뿐 그동안 노동자들이 요구해 온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속 빈 강정이다. 이번에 노동부와 철도공사가 합의를 강요한 ‘외주업체로의 정규직화’는, 사실상 고용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노동자들이 거부해 온 안이다. 노동자들은 외주업체가 아닌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년 넘게 싸워 왔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다행히 이 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이 동의한 협의체 구성도 기대할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노조와 사측이 각각 1명씩 파견하고 공익위원 2명이 참여해 다수결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는데, 문제는 공익위원 2명을 노동부 장관이 지명하기로 한 것이다. 비정규직 악법 통과에 앞장 서 온 이상수가 지명한 사람이 비정규직 노동자 편에 설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TX 노동자들은 “공익위원 선정에 노사 동수의 추천권을 갖거나 노동부 추천인사 기피권”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합의에서 정작 당사자인 KTX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저히 배제된 점이다. 노동자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이번 “합의 내용이 정리해고 철회 및 철도공사 직접 고용 요구가 관철된 것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또, 이 같은 내용을 협의 의제로 정해놓고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협의체의 어떤 결정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철도노조·민주노총 지도부가 이런 합의를 받아들인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철도노조 집행부는 잘못된 합의서의 폐기를 공개 선언해야 한다.
철도노조는 화물연대와 함께 10월 말쯤에 공동 총력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투쟁을 확대해 철도공사를 굴복시켜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도 이런 합의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KTX·이랜드·코스콤 등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전국적 연대 투쟁 건설에 매진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