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성적 다양성, 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 이후:
성적 다양성 옹호를 위한 좋은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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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동성애의 역사는 물론이고 세계의 성소수자 운동, 동성애에 대한 종교의 시각, 과학적 견해 등 성적 다양성을 옹호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저자는 동성애자 운동의 역사를 상세히 언급하며 동성애자들이 투쟁을 통해 권리를 쟁취해 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69년 미국의 ‘스톤월 항쟁’보다 한 세기 앞선 19세기부터 이러한 저항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동성애자 운동의 선구자격인 독일의 칼 울리히스가 반동성애법령에 맞서 싸우다 투옥됐고, 오스카 와일드가 법정에서 동성애를 변호했던 일 등의 흥미로운 역사를 소개한다.
또, 혹독한 탄압 속에서 맥을 이어 온 동성애자 운동을 옹호하며 “동성애자 해방은 … 보통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비범죄화와 자유를 요구할 때 가능하다”고 힘주어 주장한다.
이 책에는 운동 안의 논쟁도 소개돼 있다. 동성애자 해방 운동 안에서 성차별 의식에 따라 남성과 여성이 분리되거나, 여성운동 내에서 레즈비언들을 불명예스럽게 여기면서 불거진 논쟁들은 지금도 운동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동성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급진적 시각을 제공한다. 시드니의 마디그라 같은 세계적인 동성애자 축제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그러나 저자는 시장이 정치적 권리를 가져다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자신들이 물건을 팔 때를 제외하고는, 본질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 세계에는 차별적인 법과 관습이 존재하고 있고, 동성애자 대다수는 가난하게 살고 있다. 다수에게 이것은 삶과 죽음의 문제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동성애에 관한 다양하고 풍부한 역사적·문화적 해설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깨 버리는 데 있다. 한 예로 711년에 무슬림들은 스페인을 침략해 동성애를 억압하는 기독교 법률을 없앴다. 현대 일부 이슬람국가에서 동성애자를 처형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깜짝 놀랄 일이다.
숨겨진 역사
르네상스 시기의 유럽에서 동성애적 관계는 매우 흔한 일이었다. 중국의 남성 동성애는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 자식을 낳는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용인됐다. 아프리카 전통 속에도 동성애가 존재했다.
이러한 사실은 많은 동성애자들에게 자신이 역사 속의 일부라는 안도감과 존재에 대한 지속성을 느끼게 해 준다. 저자는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 어떻게 동성애가 불법화됐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설명 중 사회주의 국가 일반이 동성애자를 억압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물론 스탈린주의와 마오주의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아주 해악적인 반동성애주의를 강화했다. 반면1917년 러시아혁명 직후 볼셰비키는 몇 주 만에 성과 관련된 낡은 법률들을 폐기하고, 동성애를 합법화했다.
아쉽게도 저자는 러시아혁명이 보여 준 성 해방의 가능성과 스탈린주의 반혁명 이후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현대에 행해진 상상을 초월하는 동성애자 생체실험의 역사를 읽다보면, 대체 왜 과학이 이성애에는 아무 의문도 가지지 않으면서 동성애의 원인을 밝히는 데 그리도 엄청난 공을 들였는지 의문이 절로 들 것이다. 저자는 매우 명쾌하게 주장한다. “성의 기원과 시민적·정치적·인간적 권리는 무관하며, 평등은 과학적 명분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 책은 성적 다양성을 향유할 대안 사회에 대한 논의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