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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통합 실패의 교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노조로 단결해 투쟁하고 있는 뉴코아·이랜드 투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내건 서울대병원 파업 등은 노동운동의 희망을 보여 준다.

반면 기아차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통합이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46퍼센트의 찬성율에 그쳐 부결됐다. 분통터지게도 이것은 통합을 반대하는 기아차 사측에게 반가운 결과일 것이다.

사실 통합은 금속노조 규약에 따른 것으로 반드시 대의원대회 승인을 거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우파 현장조직과 대의원들이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아 임시 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했고 통합 반대를 선동했다. 이들은 ‘협력업체 정규직원들을 기아차 비정규직원으로 볼 수 있냐’, ‘통합은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통합을 합의한 지도부를 불신임하고 1사1노조를 강요하는 금속노조를 탈퇴하자’는 등의 악선동을 했다.

쓰디 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시켜 노동자의 단결을 막고 각개격파하려는 사측을 도운 것이다. 사측은 비정규직을 고립시켜 공격한 다음, 정규직에게 공격의 칼날을 돌리려 하기 때문에 정규직·비정규직이 하나의 조직으로 단결해 투쟁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보면 좌파적 투사들인 기아차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지회) 지도부의 대응도 아쉬운 점이 있다.

지난해 기아차 노동자들은 압도적인 지지로 산별노조 전환을 결정했다. 기업을 뛰어넘는 단결을 바란 것이다. 금속산별노조 대의원대회는 한 작업장의 정규직·비정규직이 하나의 조직으로 단결한다는 ‘1사1조직’ 원칙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대의원대회는 비정규직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줄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비정규직 조합원 총투표에서도 76퍼센트가 통합을 지지했다. 이런 상황은 통합 속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을 건설할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통합이]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관료적 통제를 강화해 비정규직 투쟁을 제한할 거라고 우려한 비정규지회 지도부는 통합 추진을 꺼렸다. 통합 속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을 도모하고 관료적 통제에 맞설 현장조합원 운동을 건설하는 게 나았을 텐데 말이다.

결국, 기아차지부 지도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 노조로 일방적으로 직가입시키기 시작했다. 비정규지회 1천3백여 명의 조합원 중 6백여 명이 직가입해 비정규지회는 반토막이 났고, 비정규지회와 기아차지부의 갈등의 골이 깊게 파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8월 말부터 벌어진 비정규지회의 점거 파업은 성공하지 못했고 정규직 비정규직의 갈등을 폭발시키는 결과만 낳았다(더 자세한 평가는 〈맞불〉 58호 ‘기아차 비정규직 파업은 정말로 무엇을 남겼나’를 보시오).

점거 파업을 중단하며 기아차지부와 비정규지회는 통합을 선언했지만, 우파의 통합 반대 선동이 먹혀들었다. 따라서 기아차의 정규직·비정규직 투사들은 이런 과정에서 쓰디쓴 교훈을 배워야 한다.

조직 통합은 부결됐지만, 아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노조 직가입은 가능한 상황이다. 우파들은 다음 대의원대회에서 ‘협력업체 정규직원들은 가입 대상이 아니다’라는 규약을 만들어 이것마저 차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제 가능하고 필요한 전술은 비정규지회를 해산하고 모두 정규직 노조로 가입해 그 안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단결 투쟁을 구축하는 길이다. 이것은 비정규직 투사들에게 쉽지 않은 결단이겠지만 “[대중이 그곳에 있다면 심지어] 반동적인 노동조합이라도 참가해서 활동해야 한다”(《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는 혁명가 레닌의 충고를 기억해야 한다.

기아차의 투사들은 노동계급의 단결이라는 원칙을 확고히 하면서 유연한 전술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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