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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영화평] <카핑 베토벤>:
인간의 자유와 열정을 노래한 베토벤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에피소드 중 하나는 바로 베토벤의 다음 이야기일 것이다.

베토벤이 죽기 몇 년 전, 그는 완전히 귀머거리였고, 사랑에 좌절했으며, 가족과 지인들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기에, 그의 역작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교향곡 9번을 작곡했다. 그가 직접 지휘한 첫 번째 연주회에서 관객들은 감동의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귀머거리였기에 관객의 찬사를 듣지 못했던 베토벤을 무대에 있던 한 여성이 올라와 그를 관중 쪽으로 돌아보게 도와 준다.

10월 11일에 개봉한 영화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은 위의 에피소드를 재구성해 한 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영화는 베토벤이 죽기 3년 전인 1824년 5월을 전후해, 그의 음악과 영혼의 동반자였던 가상의 여인 ‘안나 홀츠’의 시점으로 그를 그린다. 베토벤은 고독과 가난에 찌든 마지막 몇 년에도 인간과 세계에 대한 정열을 버리지 않고 빛나는 음악들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베토벤이 음악적 영감으로 가득한 사람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음악이 개인적 영감의 소산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잠재력과 자유를 향한 투쟁을 담고 있었다.

위대한 프랑스 혁명이 전 유럽 지배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자유, 평등, 박애”는 유럽 대륙에 새로운 여명을 약속했다. 베토벤은 그의 나이 스물에 일어난 이 격변에 열정적으로 감응한다.

혁명이 사회를 격렬하게 뒤흔든 것처럼, 그는 음악에서 제도화된 관념을 밀어붙였다. 그가 구사한 화성법은 참신하고 대담하며 감동적인 음색이고, 그의 리듬은 인간의 성정을 더욱 풍부하게 드러낸다. 〈영웅〉(Eroica)으로 알려진 그의 제3교향곡은 인간의 잠재력과 자유에 대한 믿음을 가장 풍부하게 표현한 곡이었다.(이 곡은 “시민의 자유와 혁명의 수호자 보나파르트 장군”에 헌정됐다가 나폴레옹이 황제에 등극하면서 헌정이 철회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의 메인 테마인 9번 교향곡은 베토벤이 그 열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음악은 그의 비참한 일상에서 느낄 법한 분노나 좌절을 전혀 비추지 않는다. 교향곡 안에 포함된 〈환희의 송가〉(Ode to Joy)는 그의 인간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는 것처럼 웅장하고 깊은 감동을 준다. 베토벤 역의 에드 해리스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영화에 펼쳐지는 교향곡의 환희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 영화는 베토벤의 〈대푸가 현악 4중주〉 등 여러 작품들을 영화 중간중간에 풀어낸다. 제목을 알지 못해도 귀에 익은 곡들이 꿀처럼 흘러나오고, 훌륭한 영상들과 함께 깊은 감동을 전한다.
또, 베토벤의 음악적 동반자인 가상의 여인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가 연기했다)를 보는 것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창조적으로 표현된 그녀의 캐릭터는, 베토벤의 이상이었던 인간의 잠재력과 자유에 대한 열정을 구현한 듯 활기로 가득 차 있다. 여성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불경’한 일이던 시대에, 그녀가 ‘베토벤을 지휘’해 감동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환희를 전한다.

클래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도, 여러 모로 훌륭한 이 영화를 꼭 보시기를 권한다. 또, 개인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혁명적이었던 베토벤을 잘 보여 주는 또 다른 뛰어난 영화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 1994)도 함께 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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