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 개혁 사기극의 또 다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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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노무현 정부는 로스쿨 정원을 최대 2천 명으로 제한해, 변호사 1천5백 명 정도가 매년 새로 배출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변호사를 대폭 늘려 보통 사람들이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값싸고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민주적 사법개혁의 열망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게다가 로스쿨 3년 학비가 1억 원이 넘는 걸 고려하면 기존 사법고시 제도보다도 되레 후퇴한 측면까지 있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로스쿨 정원 제한은 관료적 법조인 양성소인 사법연수원을 소규모로 나눠 ‘명문대학’의 값비싼 로스쿨로 분할한 것에 지나지 않게 됐다. 노무현 정부가 사학법 개악 야합까지 하며 매달리던 ‘사법개혁’도 결국 껍데기뿐인 ‘무늬만 개혁’이고 사기극이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지난해 로스쿨 법안 논의 때부터 “교육비의 급격한 상승, 대학간 격차 심화, 법조인 확대 미흡” 등을 지적하며 노무현 정부의 로스쿨 법안을 반대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변호사 시험을 자격시험화해 변호사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악
참여연대도 원칙적으로 로스쿨 정원은 한정하지 않아야 하고 정원 규정을 두려면 최소 4천 명은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대학 총장들도 전경련 부회장 출신인 서강대 총장 손병두를 필두로 “교육부 안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로스쿨 정원을 늘려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학법 개정과 같은 민주적 개혁에 반대해 온 이들은 단지 자기 대학이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해 대학서열이 낮아지거나 투자한 비용을 제대로 회수하기 힘들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이번 개악안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신자유주의적 사법개혁의 귀결이다. 물론 법조계 기득권 세력의 압력도 한몫 했지만 말이다. 노무현 정부도 말로는 ‘민주적 사법개혁’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법률 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시장주의적 사법 ‘개혁’에만 몰두해 왔다.
따라서 민주적 사법개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노무현 정부의 이번 로스쿨 정원 제한에 반대하고, 변호사를 대폭 늘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주장처럼 “로스쿨이 도입돼야 하는 상황이라면 입학정원을 대폭 늘리고” 학비를 대폭 낮추는 등 “공공적 성격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