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누구의 ‘무법지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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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7일 나는 SBS 〈뉴스추적〉에서 방영한 “외국인 1백만 시대, 그들만의 ‘무법지대’”(이하 ‘무법지대’)를 보다가 피가 솟구치고 먹은 밥알이 곤두서는 분노를 느꼈다.
“외국인 범죄의 실태를 고발”한다며 유난히 이주노동자를 부각해 범죄자 취급했다. “토막살인 후 시체를 분리유기한 중국인 노동자”, “성폭행 후 결혼으로 비자 받으려는 외국인 노동자” 등등.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 간사라는 자는 인터뷰에서 “서남아시아 사람들은 여성인권 개념이 없는 이슬람 나라 [출신]”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무식한 단체는 도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해 검색해 봤더니, 불법체류자 신고를 대행해 주는 끔찍한 우익 단체였다.
또, ‘반(反)불법체류자 카페’ 회원이라는 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무조건 한국 여성을 임신시켜 영주권을 얻는 것이 지침”이라거나 “외국인들이 뒤에 따라오면 칼로 찔러버릴 것 같아 무섭다”는 등 역겨운 외국인 혐오증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과 동남아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모두 잠재적 범죄자인 양 말하는 것은 끔찍한 왜곡이고 거짓이다. 국내 성인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수(5천1백34명)와 비교하면 동남아 이주민 10만 명당 범죄자 수는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외국인 범죄의 실태와 전망〉,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일상적으로 매우 위축돼 살아가는 처지다. 임금을 못 받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강간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진정으로 ‘무법지대’를 만드는 자들이 누구인가. 마취총, 그물총, 전기충격기 등 불법 도구를 사용해 보호명령서도 없이 불법 연행하고, 감옥보다 못한 ‘보호소’에 불법 구금해 태워 죽이는 노무현 정부야말로 전국을 ‘무법지대’로 만들고 있다.
경제위기와 양극화로 인한 실업과 범죄율 증가가 마치 이주노동자들 때문인 양 호도하며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이간질하는 비열함은 노무현 정부가 수년간 써 온 수법이다. SBS가 정직하다면 “노무현 정부 4년, 그들만의 ‘무법지대’”라는 진실을 보여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