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범죄공화국’의 우두머리 이건희를 구속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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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군사정권에 맞서 박종철 죽음의 진실을 알리고 민주항쟁을 촉발했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범죄공화국’과의 싸움에 나섰다. 사제단이 보호하고 있는 삼성의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선언은 삼성이 온갖 불법 행위를 저지르며 ‘삼성범죄공화국’을 건설해 왔음을 보여 줬다.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 명의를 도용해 우리은행에 ‘보안 계좌’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50억 원 정도를 관리했다. “삼성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는 1천여 개”라고 하니, 비자금은 수조 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불법적 비자금 관리는 삼성 출신이 은행장을 해 온 우리은행의 공모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주식의 73퍼센트를 정부가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삼성 비자금을 사실상 묵인했던 것이다.
삼성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으로 정치권·법조계·언론·금융계 등 사회곳곳에 전방위적인 불법 로비를 펼쳤다. 이건희는 “일본 대기업은 동경지검장의 애첩까지 관리했다”며 이를 독려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현직 검찰 최고위급 간부들과 고위 법관들에게 명절 등에 정기적으로 5백만~1천만 원씩 줬고, 언론에도 뇌물을 줬다고 밝혔다. 국세청·재경부에는 검찰보다 “0이 하나 더 들어간” 돈을 줬다. 일부 검사는 뇌물을 가져온 김용철 변호사에게 “왜 이제 가져왔느냐” 하고 뻔뻔하게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뇌물로 만들어진 ‘삼성 장학생’들은 사회곳곳에서 삼성과 소수 재벌·부자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 왔다. “2003년 인수위 시절부터 최근 한미FTA 추진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정부 핵심 정책의 이면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노무현 정부는 금산분리를 완화해 재벌의 은행 지배를 허용하려 해 왔고 이명박도 금산분리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불법 비자금 조성에 도가 튼 삼성이 은행까지 지배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또, 비싼 치료비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도 못하게 할 ‘병원 영리화’나 의료시장 개방도 삼성생명이 원하는 것이고, 땅투기의 온상이 된 기업도시도 삼성이 제안한 것이다. ‘무노조 신화’도 경찰과 검찰의 지원이 없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떡값’과 삼성장학생들
‘떡값’ 검사, ‘떡값’ 판사, ‘떡값’ 언론인, ‘떡값’ 정치인들은 삼성과 이건희의 온갖 비리와 부정을 은폐하고 비호하는 구실도 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당시 법무팀장으로서 에버랜드 사건의 증인이나 증언 모두를 조작했다”고 말하고, 이회창·노무현에게 건넨 “2002년 불법 대선자금이 회사 비자금”이었다고 폭로했는데도,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이라는 검찰은 수사에 나설 기미조차 없다.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이 문제를 손바닥만하게 다루며 사실상 은폐하고 있다.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며 투쟁을 선포했던 것과 완전 딴판이다.
사회 곳곳에 퍼진 삼성 장학생들 때문에 김용철 변호사는 “친구들, 메이저 언론사, 시민단체 등에 (삼성의 부정을 공개하겠다고) 얘기해 봤지만 모두의 답변이 ‘불가’였고 절망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지난 5월부터 최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보호를 받기 전까지 김 변호사는 삼성의 감시를 피해 컨테이너 박스에서 숨어지냈다고 한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이 나에게 범죄를 지시했다”며 “돈으로 사람을 매수·회유하는 불법 로비는 모든 삼성 임원의 기본적 책무”라고 말했다. 그가 공개한 〈회장 지시사항〉에 따르면 이 모든 불법과 로비, 노조 탄압의 중심에는 바로 이건희가 있었다.
삼성 안에서 “헌법으로 간주”된다는 이 ‘지시 사항’에서 이건희는 현금을 안 받는 사람들은 호텔 할인권이나 비싼 와인으로 매수하라고 꼼꼼히 지시하고 있다.
또, 교수들을 동원해 삼성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한편, 참여연대에 몇십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한겨레〉는 광고로 압박해 삼성 비판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노조 설립 시도가 있는 분당 플라자는 매각하든지 위탁경영하라는 것도 ‘회장님의 방침’이었다.
따라서 “삼성 문제가 우리 사회의 종양, 암덩어리 같은 것”이라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지적은 전적으로 올바르다.
공공의 적
또, 권영길 후보의 지적처럼 기성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모두 “말 한마디 못하고, 삼성이라는 종양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이들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인한 파장이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나서야 의례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떡값’ 정당과 ‘떡값’ 대선 후보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정동영은 이회창의 등장으로 위기감이 커지자 뒤늦게 ‘반부패 연대’를 제안했지만, 이는 “창에 찔려 ‘아야’ 소리를 낸 것”이다. “2002년 불법 대선 자금에 대한 엄정한 수사”도 받지 않고, “반부패와 미래를 말하는 것은 … 수준 낮은 정치공학일 뿐이다.”(권영길 후보)
따라서 권영길 후보가 부패의 장본인인 정동영과 '반부패 회동'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정동영과 일부 언론들이 '반부패 회동'을 고리로 '후보단일화'를 운운하는 상황에서 더더욱 그렇다.
민주노동당은 이 사건이 밝혀지자 곧바로 노회찬 의원을 본부장으로 하는 ‘삼성비자금사태특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특검제 도입과 수사를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특검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동반될 때 특검을 통해 제대로 밝힐 수 있다” 하고 호소했다.
1백여 명이 참가한 11월 4일 삼성본관 앞 기자회견에서 권영길 후보는 “이건희 회장이 우리 사회 제1의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삼성왕국 해체와 이건희 부자 처벌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구성을 제안했다.
부패한 삼성에 맞서 노동자·서민이 들불처럼 일어날 때에만 “이건희 왕국이라는 공공의 적”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