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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거래하는 다국적 제약회사

7·11 개각으로 물러난 전 보건복지부장관 이태복은 “국내외 제약사의 압력 때문에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의사 수가와 더불어 비싼 약값이 건강보험 재정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이태복은 수가와 약가를 인하하는 조치 ― 형식적인 인하에 불과한 ― 를 발표했다. 의사들이 반발했지만 수가는 조금 인하됐다. 그러나 약가 인하 조치는 발표된 즉시 폐기됐다. 예컨대 오리지널 약품 ― 과거에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던 약품 ― 의 가격을 낮추려던 약가재평가 제도와 참조가격제 도입은 지난해 5월 건강보험 재정 대책에 포함됐다가 반도체·철강 등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이 제기되자 즉시 폐기됐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국제무역기구(WTO)와 선진국 정부를 등에 업고 자신들이 특허권을 보유한 약품을 다른 어느 누구도 생산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5대 다국적 제약회사를 합치면 멕시코와 인도의 경제 규모보다 크다. 사하라 이남 국가 전체의 경제를 합한 것보다는 두 배나 크다. 비아그라로 유명한 화이자의 한국 지사인 한국화이자는 작년 한 해 고혈압 치료제인 노바스크 하나로만 9백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만 치료제 제니칼을 생산하는 한국로슈도 이 약품 하나로만 작년 한 해 4백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 전체 매출은 1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윤제약회사들은 막대한 이윤을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을 동원하고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다.

미국 제약회사들의 기구인 미국제약협회는 값싼 약을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국가들에 대해 무역 제재를 가하라고 미국 정부에 압력을 넣었다. 미국 정부는 제약회사의 요구대로 인도와 도미니카 공화국, 대만,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포함해 30개국을 상대로 무역 제재를 가했다.

이윤에 혈안이 된 제약회사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다. 약값을 직접 높이는 것 외에도 보험료 인상, 심지어 건강보험 재정 고갈에 이르는 갖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으로 유명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만든 위궤양 치료제 잔탁은 한국에서 5백6원이다. 하지만 동일한 성분의 국내 카피제품인 라티콘정은 49원에 불과하다. 특허권이 만료된 약품이기 때문에 법적인 규제를 하지는 못하지만 각종 로비 때문에 가격이 비싼데도 잔탁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높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인도 회사 시플라를 상대로 특허권 소송을 냈다. 시플라는 인도에서 값싼(미국 약값의 20분의 1에서 50분의 1가격) 에이즈 치료제를 생산해 왔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천식 치료제를 1달러에 판매하는 시플라가 같은 약을 27달러에 파는 거대 제약회사들의 “정당한” 이윤을 갉아먹는 “해적”이라고 비난했다. 인도인 1인당 연간 보건 예산이 10달러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한국에서 글리벡이 한 달에 수백만원 대에 판매되지 않는다면 약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는 죽음을 대가로 이윤을 챙기는 살인마다. 다국적 제약회사에 맞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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