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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로 끝난 철도ㆍ화물 파업

지난 16일 철도노조·화물연대 지도부는 공동파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사측의 방해와 매서운 추위를 뚫고 전국 다섯 곳에서 열린 전야제에 참석한 1만여 명의 철도·화물 노동자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런 상황의 1차적 원인은 정부와 사측의 무지막지한 탄압에 있다. 정부는 스스로 악법이라고 인정해 폐지키로 한 ‘직권중재’까지 꺼내 들어 파업을 불법으로 몰며 철도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법원은 지난해 파업을 이유로 철도노조에 51억 7천만 원의 손배 판결을 내렸다. 이미 2003년 파업으로 24억 4천만 원의 손배 가압류가 내려진 상태였다.

철도공사 사장 이철은 파업에 참가한 개별 조합원들에게까지 손배를 청구하겠다고 협박했다. 화물연대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제’라는 희대의 악법을 통해 압박을 가했다.

철도공사는 주요 일간지에 파업 비난 대형 광고를 냈고 언론들은 “국민의 발” 운운하며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정권 말기 권력누수와 정치위기 상황에서 노무현과 지배자들은 모든 수를 써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철도·화물 공동파업을 무산시키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노조 지방본부와 지부들을 장악하고 있는 상대적 우파 지도자들이 파업 추진에 힘을 뺀 것은 유감이다. 이들은 상대적 좌파인 철도노조 엄길용 지도부가 이철 사장 퇴진 찬반투표와 파업 찬반투표를 조직할 때도 방관적 태도를 취했다.

상대적 우파 지도자들이 주도하는 일부 기관차 지부는 파업 직전에 파업 불참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철도 파업의 핵심인 기관사들의 파업 참가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 때문에 철도노조 엄길용 지도부의 파업 유보 결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필사적 탄압은 철도·화물 파업의 막강한 파괴력을 두려워 한 정권 말 레임덕 정부의 반응이기도 했다. 거대한 압박 속에서도 과반수가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고 전야제에도 7천여 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따라서 단호하게 파업을 강행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연대를 구축해야 했다. 그러나 엄길용 지도부는 2004년 서울지하철 허섭 지도부에 이어서 현장 노동자들의 자주적 행동에 기반하지 않은 좌파 노조 지도부의 한계를 다시 보여 줬다.

엄길용 지도부는 선명한 좌파적 주장을 하긴 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기보다 상층 조직과 협상에 치중하는 듯했다. KTX 문제를 ‘노사정 3자 협의체’를 통해 해결하려 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장 노동자들 속에서 선동하며 투쟁을 건설하지 못해 오다가 결국 파업에 반대하는 우파 지도자들의 압력에 타협해 파업 유보를 결정한 것이다.

화물연대 지도부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화물연대는 건교부의 미흡한 양보안을 수용해 파업을 유보했는데 이 양보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화물 노동자들은 핵심 요구인 유류세 인하와 주선료 상한제 등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반발했다.

공동투쟁의 의미도 왜곡됐다. 공동투쟁은 투쟁과 파업을 같이 하자는 것인데 이번에는 서로 발목을 잡으며 독립적 행동을 자제시키는 핑계가 됐다.

파업은 유보됐지만 철도 구조조정과 상업화, 화물노동자들의 생존권 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대선 이후 공기업 사유화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것은 다시 투쟁할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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