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카지노로 북적거리는 강원랜드 입구에서 몸도 가누기 어려운 노령의 진폐 재해자 수백 명이 한 달 넘게 릴레이 단식농성을 하며 처절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1970∼80년대 ‘산업역군’이라 불리며 탄광촌에서 “열심히 일한 죄”로 진폐증을 앓게 된 이들은 “우리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 하고 절규하고 있다.
진폐 재해자들의 현실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재해자 대다수는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3∼4만 명으로 추산되는 진폐 환자들 중 입원요양 치료를 받는 사람은 3천여 명에 불과하다. 9가지 합병증에 걸려야만 입원요양 대상자로 판정하는 기막힌 제도 때문이다.
‘산업 역군’
입원요양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앓고 있는 진폐 환자 중 절반이 돈이 없어 치료도 못받고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연탄재”처럼 버려진 것이다.
노동부는 2001년 월 73만 원 생계비 지원과 요양 심사 판정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다가 2004년에 이 약속마저 폐기해 버렸다. ‘폐광지역 개발과 주민복지 향상’을 내세우며 건립된 강원랜드는 매년 3천억 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진폐 환자 복지에는 단 1억 원도 쓰지 않고 있다.
진폐 재해자들은 지난 대선 때 직접 병원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처우 개선에 힘 쓰겠다”고 약속한 노무현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진폐 재해자들은 강원랜드 점거 등을 결의하고 ‘제2의 사북사태’를 경고하고 있다. 지난 11월 22일에는 7백여 명이 강원랜드 진입을 시도하며 투쟁을 벌였다.
노동부는 뒤늦게 진폐제도 개선협의회를 구성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생계비 지원 등 2001년에 약속한 사항부터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