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일등공신’ 삼성반도체 신화 속에 죽어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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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0일,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발족했다.
대책위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죽은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호소해 구성됐다. 속초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황상기 씨는 “삼성에 노조만 있었어도 내 딸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이 산재를 은폐하려 한다. 더는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노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세정작업을 했던 황유미 씨는 2005년 6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올해 3월 꽃다운 23살의 삶을 마감했다. 같은 일을 한 이숙영 씨도 2006년 6월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두 달 만에 사망했다.
황유미 씨의 유족이 알아낸 결과, 2005년 8월경 기흥공장에서 설비엔지니어로 일하던 황민웅 씨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또, 최근 7년 동안 기흥공장에서 최소 6명의 백혈병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5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이 공장을 거쳐간 수만 명의 노동자들 중 얼마나 많은 백혈병 환자가 발생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하나의 가족”을 모토로 내세우는 삼성은 “가족”들 중 여섯 명이나 백혈병으로 쓰러졌는데도 “개인 질병”이고 “우연의 일치”라며 “산업재해라는 사실을 절대 밝히지 못할 것”이라고 윽박질러 유족들을 울렸다.
또 삼성은 고인들의 작업 환경에 대해 증언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끈인 동료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는 사이 회사가 산업재해를 은폐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유해물질 사용 기록을 없애고 유해 공정을 개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삼성과 정부는 백혈병을 비롯해 삼성전자반도체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의 건강 실태를 조사하고 앞으로 또 다른 피해 노동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병들거나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는 것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동시에 사업주와 정부의 책임이다.
대책위는 삼성전자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생 진상을 규명하고 삼성자본의 무노조 경영 방침에 맞서 싸울 것이다.
그동안 ‘세계화 시대의 첨단 산업’, ‘국가 경제의 일등공신’ 등으로 미화돼 온 반도체 산업의 그늘 아래에서 신음해 온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에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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