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장영희 기자 인터뷰:
“삼성 비판 보도에 정부 관계자 삭제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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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아주 적극적으로 삼성 비판 기사를 싣고 있다. 〈시사IN〉은 삼성 비판 기사를 멋대로 빼버린 사측에 항의해 파업을 벌였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모여 새롭게 창간한 주간지다. 〈시사저널〉 시절부터 삼성을 추적하며 기사를 써 온 〈시사IN〉의 장영희 전문기자를 만나 이번 삼성 사태에 대해 들어봤다.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는 삼성의 언론 지배의 일면을 드러냈는데요,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를 야기했던 기사는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전횡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그 기사가 그 전의 삼성 관련 기사에 비해 강도가 매우 높은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당시에는 의아한 측면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 증언을 보면 몇 가지 이해되는 측면이 있죠. 이학수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2인자로 군림하면서 여러 가지 무리수, 온갖 변칙과 편법 심지어 불법까지 동원한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가리기 위해서 언론 보도도 막으려 했던 것이죠.
〈시사저널〉 사태 때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삼성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 있구나, 그 반작용이 매우 크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삼성의 치부를 보도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삼성 기사를 써 온 기자들은 삼성이 굉장히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은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기사를 쓰면 예기치 않은 곳에서 ‘그 기사를 꼭 써야 하느냐, 빼달라’ 하는 요청을 많이 받아서 제 주변을 상당히 관리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죠.
김용철 관련 기사를 쓸 때도, 삼성과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정부 고위 관계자가 와서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꼭 다뤄야 하느냐” 하는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의 주장이 삼성에서 찾아온 사람과 어휘까지 비슷할 만큼 똑같았어요.
〈시사IN〉은 삼성과 노무현 정부·주요 정치인들의 관계에 주목해 왔는데요?
삼성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국정 의제를 만들어 줬어요. 노무현 당선자가 요청했다고 하더군요.
노무현 정부는 일종의 비주류 세력이어서 삼성이라는 권력화된 경제력이 필요했고, 삼성은 정치권력이 필요했던 거죠.
삼성이 정책을 만들고 정부가 따라오게 만드는 데 삼성경제연구소가 전위부대 노릇을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삼성경제연구소가 공무원들도 교육하게 돼요.
삼성이 한국 사회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정치권이죠. 정치권은 법을 만들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추미애 의원에게 3억 원인지 10억 원인지를 주려고 접근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추미애 의원은 앞서가는 대선주자도 아니었잖아요. 그렇다면 다른 대선주자들은 더 이러저러하게 관리를 받았겠죠.
삼성 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전망하신다면?
‘떡값 검사’ 명단이 나왔기 때문에 검찰은 운신의 폭이 넓지 않죠. 그런 만큼 이 문제를 분명히 수사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많다고 해요.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 말로는 검찰 수뇌부는 수사를 적당히 마무리하려고 한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검을 받는다고 하면서도 수사 중단을 사실상 검찰에 명령하기도 했죠.
변협이 ‘적당한 사람’을 추천할 것이고, 대통령이 ‘매우 적당한 사람’을 임명할 것이고, 그렇게 임명된 특별검사가 ‘매우 적당’하게 수사해서 꼬리자르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국민 모두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수사를 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정리 강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