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하이비트 해고 노동자 최세진 대표 인터뷰:
‘행복한 눈물’? 삼성노동자들의 한 맺힌 피눈물
〈노동자 연대〉 구독
삼성하면 ‘일류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삼성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제가 하청업체 일을 했지만 하청도 삼성틀 안에 있는 거여서 엄청 대우를 잘해 주는 줄 알았어요. 맞교대로 12시간 일하고 1백만 원 남짓 받았는데 그것도 대단해 보였어요.
그런데 저희는 잔업을 할지 말지 선택할 자유가 없었어요. 잔업이 자유라는 사실을 당시 아무도 몰랐어요.
또 저희가 유리를 많이 만지는 일을 하는데, 일을 하다 유리조각들이 혈관에 박혀도 산재처리를 못 받았어요. 다쳐도 쉬지 못하고 붕대 감고 나와서 일해야 했죠. 가끔 불량을 내면 관리자가 벌을 세워요. 커다란 유리판을 들고 구석에 가서 손들고 있게 하기도 했죠.
울산 현대차 하청 노동자가 저희에게 물어봤어요. 연봉 얼마 받냐고요. 저희는 자랑스럽게 1천3백만 원 정도 받는다고 했는데, 그분들은 하루 8시간 근무에 연봉으로 2천5백만 원 정도 받는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삼성에 다녀서 돈을 많이 받고 대접도 잘 받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최저임금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났어요. 노조가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비자금 사건을 보시면서 든 생각이 있다면?
회사는 물량이 없다면서 그동안 묵묵히 일해 온 저희더러 나가라고 했는데, 엄청난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분해서 울었어요.
김용철 변호사가 그랬죠. 50억 원 계좌가 1천 개 있다고요. 그 돈이라면 삼성에 비정규직이 한 명도 없었을 겁니다. 화가 나고 억울하더라고요.
비자금으로 홍라희 씨 등이 6백억 원대 미술품을 샀다고 하더군요. 그 중 ‘행복한 눈물’이 1백억 원대라는데 그 그림을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를 해고했는가 생각하면, 그건 노동자들의 한 맺힌 피눈물이죠. 1천 원이 없어 밥 못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그림]을 보고 자기들은 좋아할 것 아닙니까.
12월 7일 금속노조 울산지부 연대파업의 의의는 무엇입니까?
금속노조 울산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삼성SDI 하이비트 해고자들을 위해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이게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어요. 이날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삼성을 상대로 최초의 파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삼성이 노동자 탄압을 악랄하게 하잖아요. 노동자들을 감금해서 사직서를 쓰게 한다든지 협박을 한다든지 하니까 [개인이] 삼성에 맞서 싸우기가 힘들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18명이 똘똘 뭉쳐서 꾸준히 싸워 연대의 구심점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삼성이 정규직을 구조조정한다고 하는데, 안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구조조정 저지 투쟁의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파업을 결의한 데는 비자금 폭로도 도움이 됐습니다. 하이비트 문제는 비자금 문제 등 삼성의 여러 문제 중에 하나임을 알게 됐고, 지금은 삼성노조 건설 문제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힘을 모아서 투쟁을 계속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본관 앞 1인 시위를 하며 분위기가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삼성 망하면 우리나라 망한다.’, ‘빨갱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힘내라’며 음료수를 사 주시는 분들도 많고 지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힘이 납니다.
대선에서도 비정규직을 위한 대통령 후보, 삼성에 맞선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인터뷰·정리 한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