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과 이명박의 호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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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22일에 유럽·아시아 주가가 5~10퍼센트 폭락하며 세계경제가 크게 흔들렸다. 이 기간에 중국 주식시장에서 5백20조 원이 사라졌고, 한국에서도 22일 하루에만 41조 원이 사라졌다.
충격이 더 커질 것을 두려워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고 금리를 0.75퍼센트 인하해 위기는 가까스로 진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효과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는 데다, 금리 인하 정책은 달러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촉발해 경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은 한 달 앞도 못 보고 “임기 첫해에 주가를 3천까지 올리겠다”, “경제성장 6퍼센트를 달성하겠다” 하고 큰소리친 바 있다.
결국 한국 정부는 주가를 지탱하려 지난 일주일 새 연기금 1조 원 이상을 투입했고, 국민연금 9조 원을 주식시장에 조기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가가 더 떨어지면 연금이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번 주가 폭락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에서 촉발된 신용경색이 미국 경제 불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발생했다. 중국 등의 경제성장으로 세계경제가 미국의 경기 침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던 많은 주류 경제학자·언론 들의 전망은 무색해졌고 ‘패닉의 세계화’가 벌어졌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틀은 튼튼하다”고 주장해 온 부시가 지난 1월 18일에 경기 부양을 위해 1천4백50억 달러(약 1백50조 원) 상당의 세금 경감책을 발표했지만, 위기의 심각성만 드러냈을 뿐 효과가 없었다. 거품의 규모가 무려 수조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패닉의 세계화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의 기둥으로 여겨지고 있는 중국에서도 세 번째로 큰 은행이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문에 48억 달러(약 4조 5천억 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발표해 이번 주가 폭락을 이끌었다. 중국 금융기관들도 미국의 신용 위기에 직접 연루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 제조업은 미국 경기 침체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주가 폭락에서 보듯 전 세계적인 불황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전 세계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의 부담을 노동자·서민에게 지우려 할 것이다. 공공연히 “친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도 대규모 사유화와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고, “법 질서 확립” 운운하며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지배자들의 책임 전가와 공격에 맞선 싸움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