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출교 철회 투쟁의 승리:
우리의 승리는 전체 학생ㆍ노동 운동의 승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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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9일 서울지방법원은 출교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본안소송(출교무효확인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할지라도 대학교육의 기회를 상실하거나 사회 진출의 시기가 현저하게 늦어지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며 우리 출교생들이 강의실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 줬다. 1월 30일 이기수 고려대 신임 총장도 “복학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무릎연골 파열과 허리디스크에 시달리고 무려 6백50일 동안 무더위와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천막농성을 이어 온 결과 출교생들이 값진 승리를 쟁취한 것이다.
우리가 강의실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은 광범한 연대 덕분이다. 학교 당국이 뒤집어씌운 “패륜아”라는 멍에에도 불구하고 많은 동지들이 끈질기게 연대해 줬다.
많은 고려대 학생·직원·교수님 들이 출교 철회 서명·탄원 운동, 수십 차례의 집회에 함께 참가하고, 농성 기금 마련 모금 등에 동참해 수천만 원을 후원해 준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 특히 고려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집회 때마다 참가해 줬고, 명절 때면 보양식을 건네주며 노학연대의 아름다운 전통을 보여 줬다.
학내의 연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출교가 잘못됐다는 강력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 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과 임종인 의원,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삼성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 학생운동 단체들 등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의 연대도 큰 몫을 했다.
메이데이 집회, 노동자대회, 민중대회에 참가한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금해 준 수천만 원도 우리가 끈질기게 싸울 수 있는 힘이 됐다. 그러므로 우리의 승리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통쾌한 승리이기도 하다.
출교는 2005년 이건희 반대 시위에 대한 보복이었으므로 출교 철회 투쟁 승리는 삼성에 맞선 2차전에서도 우리가 승리한 것을 뜻한다.
연대
그런데 아직 학교 당국이 출교 무효 판결에 대해 항소한 것은 남아 있다. 이기수 신임 총장은 “복학 절차를 밟겠다”고 했지만, 학교 당국이 항소 취하의 조건으로 “사과와 반성”을 바랄 수도 있다. 우리를 “고려대 졸업생으로 만들 수 없다”며 항소를 결정한 재단은 끝까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우리에게 굴복하라는 압력을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사과와 반성”을 종용하는 것은 학교 당국이 허위로 기술한 ‘교수 감금 일지’를 무조건 인정하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또, 재단이 항소이유서에 밝혔듯 출교 징계는 2005년 이건희 반대 시위에 대한 보복이므로 ‘사과’는 이건희의 부패와 노동자 탄압에 반대한 것을 ‘뉘우치고 후회’하라는 뜻이다.
지난해 법원이 출교는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조건 없이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는데도, 재차 사과와 반성을 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우리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치졸한 처사다.
오히려 법원 판결까지 무시하고 항소를 결정해 교육기관임을 스스로 부정한 고려대 재단이야말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고려대 당국은 우리를 확실하게 복학시키고 조건 없이 항소를 취하하는 것은 물론 이번 기회에 너무나도 반교육적·반인권적인 징계인 출교를 학칙에서 없애버려야 한다.
우리의 승리는 2006년 부당한 차별에 맞선 보건대 학생들의 행동이 정당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며, 이들에 대한 우리의 연대가 옳았음을 보여 준다. 앞으로 고려대 당국은 학생들을 대화의 상대로 존중하고, 출교를 빌미로 진보적 사상, 활동, 심지어 토론회까지 탄압한 전력을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학내 민주주의와 학생 자치권이 완전히 보장되도록 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또 고려대 재단이 출교 이유로 지적했던 진보적 정치 활동과 기업의 대학 지배에 반대하는 활동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 2005년 이건희 명예철학박사 학위 반대 시위를 벌인 자부심을 갖고, 부패비리 왕초 이건희에 맞서 싸우고 있는 삼성 노동자들과 태안 주민들의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적극 연대할 것이다.
얼마 되지 않지만 남은 농성기금은 이랜드·삼성 노동자들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한번 우리의 투쟁과 천막농성에 관심 가져 주고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