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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인상과 이명박의 ‘서민 지옥’ 정책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는 석유·곡물 가격 때문에 생활필수품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국제유가는 2007년 초의 배럴당 50달러에서 계속 올라 이제는 1백 달러를 넘나들고 있고, 2007년 1월에서 2008년 1월까지 대두(콩) 95.8퍼센트, 소맥(밀)은 79.9퍼센트 상승했다. 옥수수 가격은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이미 두 배로 뛴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퍼센트였고, 수입 물가는 21.2퍼센트나 폭등했다. 이런 수입물가 인상률은 IMF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12월 CJ 등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24~34퍼센트 올리자, 2월 20일부터 라면·스낵 등이 평균 11.3퍼센트 올랐고 이 때문에 대형 마트 등에서는 라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자장면도 5백 원 올랐고, 주요 피자업체들은 일제히 1천 원씩 가격을 인상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철광석 가격이 크게 올라 멀쩡한 남의 집 대문까지 뜯어다 고철로 파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철근 가격도 지난 1년간 48.3퍼센트 상승했다.

이런 물가 상승은 생활필수품 가격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것이고, 실질소득을 줄이는 효과를 내 노동자·서민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부채질

세계 자본주의의 모순과 세계 지배자들이 추진해 온 전쟁·신자유주의가 지금의 물가 인상을 낳았다. 부시 일당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은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유가를 끌어올렸다. 물론 중국·인도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대해 온 산업 수요도 유가 상승의 원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석유 수요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도의 수요 증가로 발생한 것이었다.

중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85년 20킬로그램에서 2006년 50킬로그램으로 늘어났는데, 이러한 육류 소비 증가는 사료용 곡물 수요를 확대해, 곡물 가격을 끌어올렸다.

반면, 주요 곡물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기상이변으로 밀 생산량이 2005년에 2천5백만 톤에서 2006년에 9백80만 톤으로 급감하는 등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밀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기본적인 수급 불균형에 더해 미국의 소비 확대에 위태롭게 의지해 성장해 온 세계경제 체제에 문제가 생기며 최근의 석유·곡물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7년 유가 상승을 분석한 〈유가 급등의 원인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석유의 수급 불균형은 직접적인 가격 인상에 2.2퍼센트 정도 기여한 반면, 달러 약세와 투기 자금의 유입은 유가 인상에 각각 11.1퍼센트와 30.4퍼센트의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이익을 낼 만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엄청난 투기 자금이 원료로 몰리면서 가격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또, 주요 산유국들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보는 손실을 만회하고자 석유 가격을 낮추지 않으려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중앙은행)는 경기후퇴를 우려해 금리를 급격히 인하하고 있는데, 그래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석유·곡물 등의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엄청난 양의 곡물이 바이오 연료 생산에 쓰인 것도 곡물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유가가 오르면서 바이오 연료 사용도 늘어나고 있는데, 바이오 연료의 주요 원료인 옥수수 재배 면적이 확대되면서 밀·대두 등의 재배 면적은 감소했다. 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서 14억 에이커(약 5조 6천6백억 제곱미터)의 땅이 바이오 연료용 곡물 생산지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도 옥수수 생산의 3분의 1이 바이오 연료에 사용된다. 2007년에는 전 세계 재고량의 절반인 3천만 톤의 옥수수가 추가로 바이오 연료 생산에 사용됐다.

2007년 1월에는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수만 명이 주식인 옥수수 가격 상승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로 값싼 미국산 옥수수의 수입 때문에 멕시코 옥수수 농업이 파괴됐는데, 미국이 바이오 연료 생산을 늘리면서 옥수수 가격이 폭등했던 것이다.

폭등

이런 국제적인 물가 인상 때문에 기름값, 통신비, 사교육비, 보육비 등 서민의 주요 생활비를 30퍼센트 이상 줄이겠다는 이명박의 공약은 정책 집행도 하기 전에 좌초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행태는 주류 경제학에 기반을 둔 경제 분석과 전망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보여 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물가 인상에 대응해 원유와 밀·옥수수·사료용 곡물 등 주요 원료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사료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업체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겠다고 한다.

입만 열면 ‘규제 완화’를 말하더니 정부가 경제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친기업’적이고,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이명박 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없다. 이미 인수위가 기름값·통신비 인하, 신용불량자 지원을 추진했다가 기업들의 반발에 물러선 바 있다.

되레 이명박의 영어 ‘몰입’ 등 신자유주의 교육 개악은 사교육비 폭등을 낳으며 서민의 고물가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SK에너지의 영업이익은 1조 4천8백44억 원으로 2006년에 비해 27퍼센트나 늘었고 GS칼텍스·에쓰오일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었지만, 인수위는 정유사들의 이윤에 대한 통제는 고사하고 정유사 가격정보 공개도 추진하지 않았다.

‘대학 자율’을 추진하고 “땅을 사랑하는” 이명박 정부가 대학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고 부동산 투기를 막는 데 적극 나서리라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명박은 공공부문 사유화로 공공서비스 요금을 올리고 임금 인상을 억제해 물가 인상으로 발생한 소득 손실도 고스란히 노동자·서민이 책임지도록 만들 것이다.

통신기업·정유사 등의 국가 통제와 국유화로 생활필수품 등의 가격 안정을 요구하는 한편, 노동자들이 사유화 반대·임금 인상 등을 위해 싸울 때만 ‘서민 경제’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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