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서》, 강주성 | 프레시안북:
건강과 계급의 불평등을 날카롭게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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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일하는 동네 병원에 마치 아프리카 난민처럼 살가죽만 겨우 남은 앙상한 백발 노인이 찾아왔다. 병원까지 고작 백여 미터 거리를 한 시간 동안 걸어왔다는 그는 막노동 일감이 없고 돈이 떨어져 일주일을 굶었다고 했다. 병원에 오자마자
우리 병원 단골인 관절염이 심한 한 할머니는 파지를 주워 판 돈으로 손녀를 키우고 사신다. 1회 진료비는 겨우 1천5백 원이지만, 비 오는 날이면 돈을 벌지 못해 아무리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한다.
한국의 병원은 거의 다
이 책은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난한 환자들을 병원이 어떻게 쥐어짜고 돈벌이를 하고 있는지 폭로하는 훌륭한 설명서다.
의료계의
저자 자신이 백혈병으로 투병하면서 망가진 몸도 아랑곳 않고 이런 실태를 바꾸기 위해 투쟁해 온 훌륭한 활동가이다. 평범한 노동자였던 그는 백혈병을 앓으며
저자는 같은 질환의 환자들이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끈질기게 항의해 부당 청구된 병원비를 단돈 몇만 원이라도 끝까지 받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주 구체적인 방법들을 적어놓은 덕분에 나도 유방암 수술을 했던 어머니께 영수증을 챙겨 놓으라고 말씀드렸다. 어쩌면 부당 지출된 수술비를 환급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문제의 근원인 계급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게 근본적 처방일 것이다. 2004년 보건의료노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