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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영화 〈추격자〉를 보고:
긴박감 속 또하나의 볼거리 ― 사회의 모순

영화 〈추격자〉의 주인공 엄중호는 입체적 캐릭터다. 그는 전직 형사로 비리에 연루돼 퇴출당한 후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밑바닥 여성들을 갈취하며 기생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그는 ‘출장안마사’ 미진이 죽음의 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되고 미진의 7살짜리 딸을 만나면서 어느새 미진을 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삼게 된다.

자신의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적 역할을 떠맡는 엄중호의 모순에 이어 다른 모순들이 이어진다.

경찰은 엄중호 덕에 엽기 살인마를 붙잡지만, 미진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다. 시장이 똥물을 맞은 것에 대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살인마 검거 뉴스를 터뜨리는 것이 경찰의 목적이다. 살인마를 잡아 넣을 수 있는 증거 잡기에만 혈안이 된 경찰은 미진을 구할 수 있을법한 곳보다는 증거가 있을법한 곳을 수색한다.

검찰은 언론에 어떻게 비쳐질지만 신경쓸 뿐 사건 자체의 해결에는 관심이 없다. 증거 불충분, 폭력심문, 12시간 초과… 민주적 권리들이 검찰의 구조적 모순과 맞닿으며 살인마의 권리로 둔갑한다. 결국 검찰은 살인범을 풀어 주고 엄중호만이 미진의 생사에 목숨을 걸고 범인을 쫓는다.

영화는 모순을 드러내는 데 뛰어나다. 경찰, 검찰이라는 구조가 경찰 개인, 검찰 개인을 인간적 목적에서 유리시키는 과정, 그리고 출장안마소 사장이라는 개인이 인간으로서 미진을 구하게 되는 과정이 제법 그럴듯하게 묘사돼있다. 이 사회는 자신의 내용에 걸맞지 않은 이름이 판치는 세상인 것이다.

(한편, 영화의 뛰어난 스토리 자체가 정말이지 볼만하다. 시작부터 범인이 누군지 다 밝혀 놓고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뛰어난 구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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