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음악과 함께 반전 운동을
〈노동자 연대〉 구독
9·11 직후 미국의 일부 라디오 방송국들은 1백50여 곡의 방송을 규제했다. 9·11 공격이 부른 혼란과 황폐함을 부추기고, 대중의 공격적 성향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반전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도 금지됐다. 존 레논의 ‘이매진’은 물론이고, 사이먼과 가펑클의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도 금지곡 명단에 올랐다. 전쟁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음악들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반전 음악과 함께 3·16 반전 행동을 건설해 보면 어떨까.
존 레논과 U2
존 레논의 ‘이매진’은 국가, 소유, 종교를 부정하고 반전을 넘어 사회주의적 이상향을 담고 있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존 바에즈의 버전과 에바 케시디의 버전도 괜찮다. 특히 에바 케시디는 허스키한 소울 창법으로 ‘이매진’에 매우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존 레논은 1970년대 초반에 정치적 메시지가 꽤 분명한 노래들을 내놓았다. 1960년 말에 시작된 세계적 반란과 베트남 전쟁이 그가 급진화한 배경이다. 1972년 영국 제국주의의 북아일랜드 데리 학살을 다룬 ‘피의 일요일(Sunday Bloody Sunday)’은 아일랜드 밴드 U2에 영향을 줬고, U2가 만든 동명의 곡은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1971년 뉴욕의 아티카 교도소에서 벌어진 반란과 학살을 다룬 존 레논의 ‘아티카 주립 교도소(Attica State)’도 훌륭한 노래다.
핑크 플로이드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적 명반인 〈벽(The Wall)〉에 실린 ‘벽 안의 또 다른 벽돌(Another Brick in the Wall)’은 자본주의 교육의 억압적 성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달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The Moon)〉은 자본주의 체제의 소외를 섬세하게 다룬다.
1983년에 발매된 음반인 〈더 파이널 컷(The Final Cut)〉은 반전 색채가 강하다. 이 음반의 모티브는 밴드의 리더인 로저 워터스의 아버지의 죽음이다. 그의 아버지는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조종사의 꿈(The Gunner’s Dream)’은 이 음반의 백미다. 피격된 전투기 조종사가 추락할 때까지 과거를 추상하는 독백을 피아노와 현악기의 연주를 배경으로 담담하게 담았다. 이 음반의 ‘전후의 꿈(The Postwar Dream)’도 명곡이다.
밥 말리와 마빈 게이
아프리카에서 ‘수출’된 흑인 노예의 후손들이 만든 레게는 억압과 저항을 자주 다룬다. 밥 말리의 명곡들도 추천할 만하다. 밥 말리의 대표적인 저항 노래로 ‘전쟁(War)’과 ‘혁명(Revolution)’을 꼽을 수 있다. 이 곡들은 진하고 묵직하며, 호소력 짙은 자메이카 레게의 진면목을 느끼게 한다. 밥 말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혁명이 필요하다”고 노래한다.
흑인 소울 가수 마빈 게이의 ‘와츠 고잉 온(What’s going on)’은 대표적인 반전 노래다. 이 곡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노래인데, 분위기는 시종일관 끈적끈적한 흑인 소울의 특징을 보여 준다. 마빈 게이는 전쟁은 대안이 아니라고 노래한다.
한국 가요들
한국 노래 중에서도 좋은 곡들이 있다. 먼저, 윈디 시티의 노래들을 꼽을 수 있다. 진한 레게 색채에 소울까지 가미된 밴드의 훌륭한 재능과 연주 실력만큼이나 노래의 가사들도 뛰어나다. 1집에 실린 ‘No No No’와 2집의 ‘우리시대’에서는 부시의 전쟁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강산에의 ‘더 이상 더는’도 훌륭한 반전 음악이다. 이 노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던 반전 영상물의 배경음악으로 쓰여 많이 알려졌다.
음악이나 예술이 비정치적이고, 또 그래야 한다는 주장은 헛된 것이다. 음악도 사회의 분위기와 정서를 반영하고, 때로 변화를 이끄는 데 일조한다.
전쟁에 대한 반감을 훌륭하게 표현한 음악들도 그랬다. 이 음악들은 부시의 냉혹하고 야만적인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며 영감과 자신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