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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은 교육 죽이기

아무래도 희대의 몽상가 정부가 들어선 것 같다. 꿈이 많은 나라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꿈속에 빠져 자맥질을 하고 있으니 이제부터 우리 나라엔 희망이 넘쳐나는 것일까?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부가 꿈을 꾸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08년 주요 국정과제 실행계획’ 업무 보고 얘기다. 이를 전하는 국정브리핑 기사 제목이 “공교육 만족 ‘두 배로’ … 사교육비 ‘절반으로’”였다. 딸림 기사 제목은 ‘가난 대물림 끊기 위해 학교교육 살려야’였다.

참 좋은 말이다. 이대로 실행만 된다면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꿈이라서 문제다. 좀더 ‘전문용어’로 표현하자면 ‘잠꼬대’라고 할 수 있겠다.

‘교육 살리기’를 한다는 명목으로 제시된 두 가지가 ‘자율화·다양화된 교육체제 구축’과 ‘학교교육 만족도 제고’다. 이것은 우리 나라 위정자들이 대대로 내세웠던 ‘잠꼬대’ 레퍼토리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으로 질긴 동어반복이다.

더 심각한 건 이 ‘잠꼬대’가 표절도 아니고 단순한 리메이크도 아닌 확장·강화판이라는 거다. 지난 15년 ‘자유화·공교육정상화’ 정책이 가져온 건 공교육 파탄과 사교육비 폭발이다. 그 기조가 더욱 강화됐다. ‘공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은커녕 파탄과 폭발의 확장·강화판이다. 대파탄·대폭발 전야다.

잠꼬대

‘자율화·다양화된 교육체제 구축’을 번역하면 ‘평준화 파괴’가 된다. ‘학교교육 만족도 제고’를 번역하면 ‘입시경쟁 강화’가 된다. 지난 15년간 벌어진 일들이다. 그 귀결은 양극화, 교육격차 확대, 신분세습 체제의 확립이었다. 그러므로 ‘가난 대물림 끊기 위해 학교교육’ 살리겠다는 말도 결국 잠꼬대다.

‘교육 살리기’라는 정책목표는 잘 봐주면 잠꼬대, 좀 더 진실되게 표현하자면 ‘사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15년간 당해 왔던 일들이니 전혀 새삼스럽지도 않다.

자유화·다양화라는 아름다운 말이 교육 현실에서 실현된 것들을 열거하면 이렇다. ‘자사고·특목고·국제중의 등장’, ‘대학서열체제 심화’, ‘등록금 폭등’.

고교평준화는 각 개별 교육수요자들의 학교선택권을 국가가 몰수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입시 시장을 국가가 폐쇄했던 셈이다. 여기에 ‘자유’가 들어오면 시장이 다시 열린다.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하고,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하고, 자유롭게 입시교육을 시키고, 자유롭게 비싼 학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사고의 등장이다.

그에 따라 입시경쟁과 사교육비가 폭증했다. ‘이 짓’을 다시 하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다. 그러면서 ‘공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약속하고 있다. 잠꼬대로 볼 수밖에 없다.

학교 선택, 학생 선발의 자유가 보장된 입시 시장이 대입 시장이다. 자유화는 대입 시장을 더욱 자유롭게 한다. 이명박 정부는 대입전형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모든 대학이 지금까지보다 더욱 전면적으로 학생 선발 경쟁에 나서게 된다. 경쟁이 격화되면 될수록 일류대와 삼류대·지방대의 격차는 벌어지기만 한다. 이것이 지난 15년간 벌어진 일이다.

서울 지역 일류대의 지위가 점점 더 특권화되고 있다. 또, 중상층 자녀들이 이 학교를 독점하는 경향도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노동자, 농어민, 지방민, 비정규직, 도시빈민,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 종사자의 자녀들은 서울 지역 일류대로부터 점점 더 배제당하고 있다.

입시자유화에 따라 대학서열체제가 심화되면 재학생과 졸업생 들의 학벌 지위가 그에 연동해서 움직이게 된다. 일류대 학벌 집단의 사회적 지위가 점점 더 상승하고 이삼류대·지방대 학벌 집단의 사회적 지위가 점점 더 하락하게 된다. 그에 따라 강남 중상층 자녀들의 지위가 올라가고 노동자, 농어민, 지방민, 비정규직, 도시빈민,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 종사자 자녀들의 지위가 내려가게 된다. 지방대 졸업생의 60퍼센트 이상이 학벌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지게 된다.

학교의 자율적 경영은 모든 학교들로 하여금 귀족학교가 되려는 경쟁에 뛰어들게 한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에서 자율적인 학교 평가로 각 학교의 서열이 나뉘는 상황을 조장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경쟁이 이루어져 경쟁력이 향상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국가가 책임지는 영역을 최소화하고 학교 경영도 민간 자율에 맡기려 한다.

이렇게 되면 각 학교들은 등록금을 최대한 올려 학교 규모 키우기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중등교육은 중등교육대로 고등교육인 대학은 대학대로 등록금이 폭등하게 된다. 국가가 더 이상 등록금을 통제하지 않은 지금까지의 자유화 정책으로도 등록금은 충분히 오른 상태다. 이명박 정부의 자유화 기조는 이 등록금 폭등세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귀족대학이 되면 될수록 입시 시장에서 학교 서열 지위가 강고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등록금 폭등을 막을 길이 없다.

‘학교교육 만족도 제고’는 중등과정에서 입시교육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입시자유화로 입시경쟁이 극대화되고, 학교 서열 구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만족이란 자기 자식의 입시성적 극대화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입시지옥에 허덕이며 사교육비를 최대한 쥐어짜 대입경쟁에 뛰어들지만 어차피 노동자, 농어민, 지방민, 비정규직, 도시빈민,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 종사자의 자녀들은 서울 지역 일류대에 못 가 천민이 되고, 대학에 가더라도 막대한 등록금 때문에 빚쟁이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저항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기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정책 기조와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입시지옥, 허리가 휘는 교육비 부담, 신분세습이라는 파탄의 고리는 확대·강화될 것이다.

새 정부는 학비 대출제도를 확충한다고 한다. 지금처럼 자유화 기조로 가면 연간 등록금이 수천만 원 대로 뛰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수천만 원 빚쟁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야 하는 대학생, 게다가 학벌 차별의 짐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할 대학생의 삶이 어떻겠는가?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건 저항이다. 대학평준화, 최소한 국립대 무상·평준화를 기치로 모든 대학생이 결연히 일어나야 한다. 무상·평준화 원리가 대학에 들어오면 학벌차별이 완화되고 등록금도 인하되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전국의 모든 대학생이 무상·평준화를 기치로 전선을 쳐야 한다. 그것만이 이 정부를 잠꼬대로부터 구원할 길이다.

1980년대에 한국 대학생들은 국가공동체와 민중을 위해 총단결해 투쟁했다. 현재 한국 대학생들은 민중과 국가공동체는커녕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단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까 ‘잠꼬대’가 통하는 세상이 됐다. 총단결 저항만이 교육과 학생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