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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국민행동 해소 논쟁:
참여연대는 반전 운동의 성과를 해소하려 하는가

3월 20일 파병반대국민행동 운영위원회에서 참여연대는 공식적으로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해소를 요구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지 만 5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미 참여연대는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활동에 불참하고 있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집중해서 3·16 국제공동반전행동을 조직하고 있던 동안에도 참여연대는 예년과 다르게 3·16 행동에 대해 어떤 지원이나 참가도 조직하지 않았다. 오히려 3월 22일 개전 5주년을 맞는 독자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에서 사실상 탈퇴한 것과 마찬가지로 별개의 독자적 활동을 조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파병반대국민행동이 해산돼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태도는 무책임하며 비민주적이기까지 하다. 여러 단체들의 연합체를 소수 단체가 해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파병반대국민행동이 해소돼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들었다.

먼저, “사안이 장기화되면서 각 단체들의 활동 관심 사안에서 제외되거나 활동 동력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운동 방식도 2004년 이래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2004년 8월 자이툰 파병 이후 한국 반전 운동의 사기 저하로 적잖은 단체가 운동에서 멀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해소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는 반전 운동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일 뿐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를 위한 노력을 해 왔고, 이것은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다양한 풀뿌리 단체들과 개인들의 지지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들의 지지와 후원은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조직하는 중요한 시위의 큰 버팀목이었다. 보통 1백여 개 단체가 지지금을 전해 줬고, 수백 명에서 1천여 명의 개인들이 꾸준히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활동을 후원했다. 그래서 파병반대국민행동은 부채도 없이 활동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20여 명의 개인들이 파병반대국민행동을 위해 자원 봉사를 했고, 서명 운동 등으로 모은 이메일 1만여 개에 소식들을 보내 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집회 중심의 운동방식에 깊은 회의를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집회와 시위는 중요하다. 그동안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집회는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이 함께 모여 반전 주장을 알리는 매우 유용한 방식이었다. 반전의 목소리가 꾸준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동시에, 다양한 세력들이 연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진실

물론 집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급박한 시기에는 집회와 시위가 잦아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시기에 자주 조직되는 소규모 동원은 정치적 효과가 떨어질 뿐더러 참가자들을 고무하거나 자신감을 주지 못한다. 이런 행동 위주 방식은 토론과 설득이라는 과정을 경시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활동이 대중 집회 동원으로만 이뤄진다면 집회 동원이 쉬운 단체들에게 활동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역효과도 생긴다. 집회와 시위 외에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파병반대국민행동 활동에 대한 보완점일 뿐이지, 해산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참여연대는 또한 “PKO, 미국의 이란 침공 반대 등이 이라크 파병 반대 이름으로 모인 3백51개 단체의 합의된 활동의 대상들인가”라며 “국민행동은 현재 열심히 활동하는 단체들의 판단에 따라 새로운 사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리하고 행동하지 않았는가” 하고 이의를 제기한다.

이런 주장도 대체로 진실이 아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그동안 새로운 쟁점이 불거졌을 때 이 쟁점에 대한 합의를 위해 토론을 중시해 왔다. 예컨대, 2006년 여름 레바논 전쟁이 터졌을 때, 토론회를 개최해서 레바논 전쟁이 ‘테러와의 전쟁’의 일부라는 것과 한국 정부의 레바논 파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 반대에 대해서도 이미 몇 년 전에 토론해 반전 운동의 의제로 삼고 있다.

PKO 상시파병법에 대해서는 토론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려 했지만, 이 토론회는 아직 개최되지 못했다. 참여연대가 이 토론회의 준비를 맡기로 했는데,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이라는 명칭이 가지는 제한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미 파병반대국민행동은 한국 정부의 파병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자체에 맞서 싸우는 연합체로 자리 잡았고, 이것은 반전 운동의 정치적 성과다. 명칭과 형식의 제한이 문제라면 협력적인 토론과 합의를 거쳐 더 적절한 명칭과 형식으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파병반대국민행동 해소의 이유는 아니다.

근시안적

마지막으로, 참여연대는 해산을 요구하면서 무책임하게도 “새로운 연대체를 구성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고 있다. 발전적 대안이 아니라 파병반대국민행동이라는 반전 운동의 성과를 청산하려 하는 것이다.

참여연대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그것은 반전 운동의 후퇴를 의미할 뿐이다. 여전히 ‘대테러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지역재건팀)·레바논에 한국군이 파병돼 있고, 이명박 정부는 파병 정책을 더욱 강화해 “상시파병법”까지 만들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꾸준히 활동했던 반전 연대체를 해소한다는 것은 반전 운동의 후퇴를 의미할 것이다.

그동안 반전 운동을 지지했던 단체들과 개인들에게 어떻게 파병반대국민행동 해소를 설명할 수 있을까. 도대체 그들이 설득이나 될 수 있을까.

참여연대는 2003년 8월을 떠올려야 한다. 당시 참여연대와 민중연대 등이 주도해서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을 해소시켰다. 이들은 두 달도 안 돼서 부랴부랴 파병반대국민행동을 다시 출범시켜야 했다. 비민주적이고 근시안적인 실수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모든 시민단체들이 참여연대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다함께는 그동안 참여연대가 반전 운동에 기여해 온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협력적으로 함께 활동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래서 우리는 참여연대가 파병반대국민행동 해소 시도를 그만두길 바란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전 운동의 성과를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이는 반전 운동의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투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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