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언론은 기아차 사측이 공장과 설비를 투기자본인 GE캐피탈에 매각 검토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기아차 노조 지도부는 즉각 사측에 항의했고, 사측은 검토한 사실조차 없다고 뻔뻔한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3월 21일 기아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하리 승용공장 설비를 GE캐피탈에 매각한 사실이 밝혀졌다. 기아·현대 자본의 사기극에 기아차 노동자들은 매우 분노했고, 기아차 노조 지도부는 3월 24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매각이 완전히 백지화될 때까지 기아차 3개 공장이 전면 파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대의원은 기아차 노조 지도부의 의지를 믿고 만장일치로 총파업을 결의했고 현장을 조직하며 투지를 다지고 있었다. 재벌의 머슴을 자처하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노동자들의 투지와 자신감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아차 노조 지도부는 파업 1시간 전에 허점투성이인 회의록을 작성하고 파업을 일방적으로 유보해 버렸다. 물론 기아 사측은 GE캐피탈의 확인서와 공증을 통해 기아차의 소유권을 확인받고, 분기별 조기 상환으로 금융리스 계약을 올해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기아차 노조 지도부에게 약속했다. 이것은 부분적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아차 노·사가 합의한다고 기아 사측과 GE캐피탈 매매계약의 법적인 효력이 없어지진 않는다.
우익적 정책과 노동자 탄압, 비리와 공천 개싸움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기아차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커다란 압력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아차 노조 지도부는 사측의 양보 시늉을 믿고 파업을 유보하고 말았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기아차 노동자들은 투지는 여전하다. 파업 유보 후 대의원 소집에서 대의원 절대 다수는 회의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비상 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했고, 결국 기아차 노조 지도부는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기아차 노동자들은 정규직·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있는 사측과 이명박 정부에 맞서 강력한 공동투쟁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