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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공공부문 사유화ㆍ시장화:
영국ㆍ일본 철도가 보여 준 사유화의 재앙

공공부문 사유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기업주들은 사유화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을 없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신자유주의 모국이라 할 만한 영국 철도의 사례는 사유화의 폐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준다.

영국 철도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1994년에 총수입의 15퍼센트 정도였는데, 이것은 40~50퍼센트에 달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영국 철도가 1976년부터 사유화가 시작된 1994년까지 철도 노동자를 3분의 1이나 줄였지만 수익을 낼 수 없었던 것은 이처럼 부족한 정부 투자가 주요 원인이었다. 또, 영국 정부는 자동차 사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자동차 산업과 도로 수송을 지원하면서 철도를 약화시켜 왔다.

영국 정부는 철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대신, 여러 기업들이 경쟁하면 효율이 높아져 요금이 낮아지고 서비스 질이 올라간다는 자유시장주의에 따라 철도회사를 1백여 개로 쪼개 사유화했다.

보조금과 이윤

그러자 화물운송회사, 여객운송회사, 여객차량임대회사 들은 곧 노선별 독점회사가 됐다. 선로·역·다리 등 철도 기반 시설을 운영하면서 열차 운영자들에게서 선로 사용료를 징수하는 회사인 레일트렉은 출발부터 독점이었다.

영국 정부는 레일트렉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기 위해, 부채 16억 파운드를 삭감해 줬고 나머지 10억 파운드는 지방의회로 떠넘겼다. 총자산이 45억 파운드에 달하는 레일트렉을 주식시장에 19억 파운드에 내놨고, 정부 보조금은 사유화 전보다 오히려 갑절로 올라갔다.

레일트렉은 사유화 직후인 1997년에 3억 7천만 파운드, 1998년에 4억 3천만 파운드라는 엄청난 이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정부 보조금과 시설 투자 삭감 등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레일트렉이 다시 시설 투자를 늘려야 했을 때 국영 기업 때와 마찬가지로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2000년 5월 레일트렉은 5억 3천4백만 파운드의 적자가 났지만 주주들에게 1억 2천4백만 파운드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뻔뻔하게 정부에 36억 파운드의 보조금을 요청했다.

안전 위기

기업주들의 주장과 달리, 사유화는 ‘효율’을 전혀 높이지 못했고 정부 보조금의 상당 부분은 기업주들의 배를 불리는 데 쓰였다.

결국 정부가 지원을 중단하자 레일트렉은 2001년에 파산해 버렸다.

더구나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유화 정책은 대형 참사까지 낳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열차 자동정지 장치 도입이 지연되면서 1999년 10월 패딩턴 역에서 열차 충돌 사고로 31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고, 2000년에는 금이 간 선로 위를 달리던 열차가 탈선해 4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전에 자동정지 장치는 필요성이 계속 제기됐지만 비용 문제로 설치되지 못했다. 게다가 2000년 사고의 경우 이미 많은 노동자들은 선로에 금이 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사기업은 안전을 위한 투자를 회피했다.

사유화의 폐해는 ‘철도 왕국’인 일본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987년 일본 국철이 JR로 사유화되면서 노동자 27만 7천 명 중 7만 7천 명이 해고됐다. 사유화 이후 자동정지 장치 등 안전장비 도입이 지지부진해졌고, 정시에 도착하지 못하면 벌점을 주는 제도 때문에 노동자들은 과속을 해야 했다.

결국 지난 2005년 4월 곡선 구간에서 과속하던 열차가 탈선해 아파트로 돌진하면서 1백7명이 죽고 4백50명이 부상했다.

이미 시작된 한국철도공사 시장화의 재앙

이런 재앙의 사례가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가 철도의 사유화·시장화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서비스 비용을 노동자·서민에게 전가하고, 기업들에게 돈벌이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철도의 사유화·시장화를 추진하면서 철도공사에 4조 5천억 원의 고속철도 건설비용을 떠넘겼고, 또 시설 투자로 생긴 나머지 부채 5조 9천억 원도 선로사용료라는 명목으로 매년 5천2백억 원씩 거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철도공사는 매년 1조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적자를 철도공사 자체 수익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서민에게 떨어지게 된다.

철도공사가 수익을 높이려고 철도 요금을 시장가격으로까지 올리려면 최소 40퍼센트 이상 인상해야 한다. 이미 고속철도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요금이 대폭 올랐고, 적자노선도 폐지되기 시작했다. 장애인·국가유공자·노약자 할인 혜택도 크게 줄었다.

또, 사유화·시장화 추진 과정에서 철도 노동자들은 엄청나게 해고됐고 노동강도는 강화됐다. 매년 20~30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과로 또는 사고로 죽고 있다. 철도공사가 많은 부문을 외주·하청으로 돌려 사기업들에게 이윤 획득의 기회를 주는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는 2만 명 정도로 늘었다. 그런데도 철도공사는 정규직 1만 명을 더 비정규직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명박의 사유화·시장화 시도를 막아내고 정부가 철도에 더 많이 지원하도록 만들 때 질 좋고 값싼 서비스를 받는 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