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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도 무시하고 내달리는 이명박 불도저

이번 총선 결과는 온갖 친재벌‍·‍친‘강부자’ 개악을 밀고 온 이명박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이재오‍·‍이방호‍·‍정종복‍·‍박형준 등 이명박의 ‘팔다리’와 ‘대운하 4인방’이 줄줄이 낙선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반이 낙선해 지도부 붕괴 상황이 됐다. 심지어 이제는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단 52명만이 대운하 사업을 지지할 정도다.

이명박은 “과반에서 두 석이나 더 얻었다”고 애써 웃어 보지만, 한나라당은 충청권과 제주도에서 참패했을 뿐 아니라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친박연대에게 패배했다.

수도권에서 ‘뉴타운’ 사기극으로 간신히 ‘턱걸이 과반’을 달성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서울시장 오세훈의 ‘뉴타운 계획 없다’는 말바꾸기로 후폭풍이 거세다.

일부 지식인들이 한나라당‍·‍친박연대‍·‍자유선진당의 ‘거대 보수 블럭’의 등장을 공포스럽게 묘사하지만, ‘보수의 득세’는 착시현상이다. 사실 우파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거의 늘지 않았다. 총 득표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04년 총선에 비해 우파들은 겨우 3퍼센트가 늘어난 25퍼센트의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그것도 탄핵 역풍을 맞아 우파가 극도로 찌그러진 상황과 비교해서 말이다.

우파는 반이명박에 대한 대안 부재와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로 개혁‍·‍진보 성향 투표층이 대거 기권한 결과 어부지리를 얻었을 뿐이다. 민주당 ‘개혁파’와 386이 몰락한 이유도 그들이 진보‍·‍좌파였기 때문이 아니라 파렴치한 배신과 개악 동참 때문이다.

환멸

반이명박 반사이익 덕분에 총선에서 ‘승리’한 친박연대 등은 의기양양하지만, 이들도 대중적 환멸의 대상인 것은 마찬가지다. 벌써 친박연대 비례 후보 당선자 양정례는 온갖 더러운 의혹 속에 놀림거리가 됐다.

게다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한나라당 ‘친이’와 ‘친박’간의 추잡한 권력투쟁이 재개돼 대중의 환멸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명박은 “친이는 없고 친박만 있다”고 우기며 당권을 내놓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입장에서 ‘친박’의 복당은 시한폭탄을 삼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설사 ‘친박’을 복당시킨다고 해도 분열이 봉합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친박’ 김무성은 “복당한다 해도 대운하 반대는 계속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턱걸이 과반’을 “국민들이 일할 여건을 만들어 주신 것”이라며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이명박은 개악‍·‍반동 추진을 중단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는 자신감의 발로라기보다는 절박함에 가까워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 영어몰입교육, 강부자 내각 등에서 하나같이 대중의 반발에 부딪혀 온 이명박이 내세울 것이라고는 이제 ‘경제 살리기’뿐이다. 그래서 수명이 다한 17대 국회에서 ‘민생법안’들을 ‘땡 처리’해 달라고 떼쓰고 있다. 그런데 그가 제시한 ‘땡 처리’ 목록은 죄다 ‘재벌천국 서민지옥’을 위한 개악안들이다.

이명박은 소득세‍·‍상속세‍·‍법인세 인하, 출총제‍·‍금산분리 폐지, 한미FTA 국회 비준, 산업은행 민영화, 지하철 등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려 한다.

이번에 이명박의 공격으로 퇴출된 공무원은 죄다 7급 이하의 하위직이었다. 퇴출된 한 공무원 노동자는 “[재교육으로] 1년간 풀 뽑기 등을 하면서 주위의 눈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버틴 것은 가장이기 때문이었다” 하고 절규했다.

이명박의 개악몰이에 편승한 재벌들의 떼쓰기도 본격화했다. 전경련‍·‍경총 등의 규제 완화 요구는 엽기적일 정도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대체근로와 직장폐쇄 허용 등 한마디로 노동자를 멋대로 해고하고 비정규직으로 부려먹고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어버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퇴직금과 유급휴일도 보장하지 않을 ‘자유’와 육아휴직을 주지 않고 장애인을 의무고용하지 않을 ‘자유’도 요구했다. “우리 나라는 사회안전망이 충분하다”며 “상식에 벗어나는 과도한 사회보장체계”를 없애자는 것이다.

수사관들의 비자금 수사를 일일이 중단시켜 온 조준웅 특검의 이건희 봐주기도 마무리되고 있다. 노동자‍·‍민중만이 삼성의 범죄를 밝히고 응징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면서 말이다.

덩달이

386 배신자들의 낙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여전히 배신과 개악의 덩달이 구실을 할 것이다. 손학규는 “한미FTA 비준 같은 일은 조속히 처리해 민주당이 신뢰할 수 있는 대안임을 보여 주자”고 한다.

둘뿐인 비례대표 당선자 중 한 명은 노동자를 대량 해고한 KT 사장 출신이고, 다른 한 명은 전직 자유총연맹 부총재 출신의 ‘사기‍·‍공갈 전과 3관왕’인 창조한국당도 믿기는 힘들다.

이명박은 지금 감세‍·‍재정‍·‍금리 정책을 모두 동원해 경제성장 5퍼센트라도 달성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해도 투자가 자동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유휴자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낮은 이윤율 때문에 투자를 꺼려 왔다. 더구나 재벌들이 투자를 늘린다고 서민 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10대 재벌의 매출은 17조 원 증가했지만 일자리는 오히려 2백38개가 줄었다.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려는 이명박의 정책도 투기와 거품만 키우고 오히려 물가를 인상시켜 서민 생활을 더 피폐하게 만들 것이다.

결국, 이명박의 개악은 ‘재벌천국 서민지옥’ 시대를 열 것이다. 그에 비례해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위기도 깊어질 것이고 ‘친이’와 ‘친박’ 간의 아귀다툼도 더 심해질 것이다.

한미FTA에 맞서 단호하게 싸웠던 강기갑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이명박의 하수인 이방호를 꺾었듯이 진보진영은 이명박의 개악에 맞선 단호하고 강력한 대중투쟁 건설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