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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청춘을 압류한 주범은 누구이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

이 기사를 읽기 전에 “청년실업: “졸업자 명단은 예비 실업자 명단””을 읽으시오.

보수 언론은 강성노조가 ‘고용경직성’을 낳아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을 늘린다고 말한다. 해고를 쉽게 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이 황당한 논리는 이미 거짓으로 드러났다. IMF 때 정리해고제가 도입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었는가.

이명박이 내세우는 7퍼센트 경제 성장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일자리 확충을 보장할 수 없다. 세계경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한국 경제의 불안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설령 경제 성장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은 ‘고용 없는 성장’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대 재벌의 매출은 17조 원 증가했지만 일자리는 도리어 2백38개가 줄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50대 기업의 매출은 1백15퍼센트 상승했지만 고용은 도리어 0.4퍼센트 감소했다.

재벌과 다국적기업·투기자본 들에게 온갖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이명박의 ‘경제 살리기’는 “노동 유연화가 비정규직 해법”이라며 기업들에게 노동자 해고 천국을 만들어 주려는 것일 뿐이다. 이런 정책은 취업문을 더 좁히고 안정된 좋은 일자리를 줄이고 불안정한 저임금의 나쁜 일자리만 늘릴 것이다.

이미 노무현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비정규직 악법 시행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터에서 쫓겨났다. 물론 이 같은 개악은 이랜드 노동자들 같은 부모 세대 노동자들도 거리로 내몰았다. 그런 점에서 ‘88만 원 세대’의 비극을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 경제의 주도 세력이 20대를 착취하는 형국”(《88만 원 세대》)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부려먹다가 언제든 해고하면서 엄청난 이윤을 거둬 온 사장들과 그들을 돕는 정부야말로 우리의 청춘을 압류하는 주범이다.

프랑스처럼

노동 유연화와 ‘기업 살리기’가 아닌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노동시간을 대폭 단축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한국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3백57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5백80시간이나 많다. 청년들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하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는데 취업 노동자들은 잔업·특근에 시달리며 뼈가 부서지도록 일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인 것이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과중한 노동을 나누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또 구직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를 선택하지 않도록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

이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체로 이 같은 취지를 담은 정책들을 내놓았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물론, 청년 5퍼센트 의무 고용제 도입, 실업 부조 도입, 신규 취업 연령 제한 철폐 등을, 진보신당도 실업 부조인 ‘힘내라 수당’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을 제안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재원은 진보신당의 ‘사회연대전략’ 같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로는 마련할 수도 없고, 저들에게 면죄부를 주며 우리 편을 분열시킬 그런 방안은 옳지도 않다.

청년실업의 고통을 낳은 주범인 기업주와 부자 들의 양보를 강제해야 한다. 그것은 원내 5석인 민주노동당과 원외 정당인 진보신당의 정책 제안과 의회 활동보다 결국 기층 대중이 얼마나 강력하게 싸우느냐에 달려 있다.

2006년 프랑스 정부는 기업들이 26세 미만 청년들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최초고용계약법(CPE)을 밀어붙이다 실패했다. 당시 프랑스 청년·학생 들은 학교를 점거했고, 조직 노동자들은 대규모 파업을 벌여 최대 3백만 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거리를 휩쓸었다. 이 같은 청년·학생·조직 노동자 들의 거대한 투쟁과 강력한 연대가 승리를 가져왔다.

청년에게 실업의 고통을 전가하는 이명박의 ‘서민지옥’ 정책을 막으려면 우리도 프랑스처럼 이런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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